경찰, 창원 한 어린이집 수사…원내 행사 끝나도 안 풀어줘 학부모 "평소에도 방치 수준"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마산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은 만 3세 원생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한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2명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날은 지난달 29일. 1년에 한 번씩 어린이집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리는 날로 마술쇼가 펼쳐졌다. 이날 보육교사 2명은 ㄱ(3) 군을 45분가량 움직이지 못하도록 의자에 묶어두었다. 이는 다른 학부모가 어린이집 블로그에 올려진 동영상을 보고 해당 학부모에게 알려주면서 드러났다. 학부모는 30일 0시 1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박보건 여성청소년수사팀 총괄팀장은 "원아가 활발하고 고집이 세다는 이유로 보육교사가 그런 것 같다. 현재 CCTV를 확보해 분석 중이며 원장과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ㄱ 군은 현재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ㄱ 군 부모는 자신들에게 이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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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해당 어린이집 CCTV 영상. 화면 속에 인형과 함께 의자에 묶여있는 ㄱ 군 모습이 보인다.

ㄱ 군 아버지 ㄴ 씨는 "동영상을 처음 보고 혹시 우리 아이가 통제에 잘 따르지 않아 훈육 차원에서 그런 것일까 싶어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그러자 장난이었다고 대답하더라. 이를 듣고 어이가 없어 곧장 CCTV 영상을 확인해 보니 마술쇼 시작 전부터 아이를 묶어뒀더라. 어린이집에선 그제야 통제가 안 돼 묶어뒀다고 해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술쇼가 끝났음에도 아이를 묶어둔 상태로 방치했다. 이를 본 선생님 중 누구도 아이를 풀어주지 않았다. 끝내 아이가 스스로 풀고 자리를 떠났다"고 덧붙였다.

사태 심각성을 느낀 ㄴ 씨는 3∼4일치 CCTV 영상을 모두 확인했다. ㄴ 씨는 "영상을 보니 아이를 밀치기도 하고, 아이가 도움이 필요해 선생님에게 눈길을 주는데도 회피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며 "평소 아이가 변비가 심해 혼을 냈었는데 아이 문제가 아니었다. 음식을 먹다 손이 더럽혀졌는데, 아무도 신경을 써주지 않자 스스로 손을 씻고 오더라. 이 과정에서 옷이 젖어 엉거주춤하게 걷는데도 선생님들이 봐주지 않더라.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대소변이 마려워도 참다 변비에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ㄱ 군 부모는 어린이집을 믿고 맡겼지만 돌아온 것은 학대였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ㄴ 씨는 "담임선생님에게 선물도 드리고, 잘 부탁한다고 인사도 자주 드렸다. 하지만 아이를 잘 보살피겠다고 했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며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루 8시간을 이런 식으로 방치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아이를 묶어두고 방치한 행위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이외에 다른 학대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 ㄷ 씨는 지난달 29일 벌어진 일에 대해 "모든 것이 내 불찰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과조차 염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ㄴ 씨 주장처럼 아이를 밀치는 등 다른 학대행위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CCTV 영상도 학부모와 경찰만 확인했다. 보는 사람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경찰 조사에서 정확히 밝혀지기 전엔 학대행위라고 주장해선 안 된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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