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다시 살다(숭례문학당 엮음)…토론·글쓰기 등 학습 공동체 25명 함께 읽기로 새 삶 찾은 경험 담아

'함께'라는 말은 언제나 든든하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 셋이 함께, 여럿이 함께. 힘든 일일수록 기운을 얻을 수 있다. 책 읽기도 습관이 배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쉽진 않지만 이 역시도 함께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 함께 책 읽기를 삶의 중심에 둬서 삶을 새롭게 살아간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 나왔다. <책으로 다시 살다>라는 책이다. '함께 읽기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이라는 부제로 나온 이 책은 숭례문학당에서 엮었다.

지난 2008년 서울 숭례문 앞에 생긴 숭례문학당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학습 공동체이다. <책으로 다시 살다>는 숭례문학당 모임에서 함께 책 읽기로 자신의 삶이 풍성해졌다고 말하는 25인의 수기집에 가깝다.

책은 1장 '삶의 벼랑에서 책을 만나다', 2장 '일과 삶의 균형을 찾다', 3장 '함께 읽기의 즐거움에 빠지다', 4장 '책으로 나를 찾다'로 구성됐다.

각 장에서 저마다 함께 읽기를 하면서 얻은 것들을 고백하고 있다. 삶의 극한에서, 평범한 삶에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책 읽기가 자신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오면서 얻은 가치를 알리고 싶어한다. 25명의 짧은 글이 같은 주제이기에 조금 지겨울 것 같지만, 자신의 삶과 책 읽기를 연결해 나가는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로 참여한 윤석윤 씨는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까지 책은 혼자서 즐기는 취미생활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교감하는 좋은 도구로 진화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나누며, 독서토론에서 다른 사람들과 책에 대해, 아니 인생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글쓰기를 시작한 뒤로, 내 인생 후반부는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영혼이 외로운 삶에서 지적으로 풍요한 삶으로의 전환, 인생 2막의 중심에 책과 글쓰기, 그리고 독서토론이 있다"고 적었다.

2.jpg

글쓴이들이 자신의 독서토론 체험기를 적으면서 곁들여서 적어둔 독서목록과 책 내용에도 관심이 간다. 저자 중 한 명인 양종우 씨는 폴 오스터가 쓴 <빵굽는 타자기>라는 책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대목을 밝히기도 했다. <빵굽는 타자기>라는 책에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나는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는 참담한 시기를 겪었다. (중략)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모두가 내 불찰이었다. 나와 돈의 관계는 늘 삐걱거렸고, 애매모호했고, 모순된 충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문제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내 꿈은 오직 처음부터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라고 적혀 있었다는 것. 이를 읽은 양 씨는 자신의 일처럼 감정이입이 됐고, 이후에도 책 읽기, 글쓰기를 통해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책 맨 마지막 부분에는 숭례문학당 신기수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실어서 함께 책읽기의 효용성을 설파하고 있다.

신 대표는 "우리는 독서토론 모임을 소통의 조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모델화하려고 '논제'를 개발하고, 코디네이터로서 진행자의 역할을 부여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인문학 도서를 가지고 토론을 진행하게 되면서 참여자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효과를 얻었다. 지식을 얻는 게 아니라 지혜를 얻는달까. 속풀이를 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자기 성찰,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게 되는 효과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혼자 읽기와 함께 읽기의 차이에 대해 "혼자 읽기는 혼자서 '고독'을 즐기면서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고립' 돼서는 곤란하다. 치열한 공부를 위해서 혼자 읽기도 해야 하지만, 그걸 검증하고 또 나누고자 함께 읽어야 한다. 과거에는 지식의 시대여서 그걸 축적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식이 널려 있고, 언제 어디서든 검색할 수 있는 오늘날에는 그 지식을 어떻게 연결하고, 조합시키느냐가 중요하다. 통섭이니, 융합이니 하는 것도 학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읽고 나누는 일. 저마다 삶에서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276쪽, 북바이북, 1만 4000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