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장님]함양군 함양읍 운림2리 김종임 이장

도시 아닌 시골지역 마을 이장자리는 '감투'가 아니다. 오히려 온갖 궂은 일 마다치 않고 척척 해내는 일꾼역할에 가깝다. 이 일꾼의 자리를 5년째, 아니 사는 아파트 반장역할까지 해온 것을 합치면 20여 년째 해오는 '마당발' 일꾼이 있다. 함양군 함양읍 운림2리 마을 이장 김종임(58) 씨다.

옛날 산청 출신의 수줍던 아가씨는 함양 남자를 만나 볕 좋고 인심 좋은 함양으로 시집와 아내로, 엄마로 열심히 살았다. 평범하다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의 삶은 타고난 성품 덕분에 '본의 아니게' 동네 리더 길로 접어들게 됐다. 내 집 저녁밥은 늦게 먹어도 홀로 사는 어르신 밥상 걱정부터 먼저 했고, 힘들어하는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네 주민들의 신망이 높았다. 주민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종임 언니'를 찾았다. 이렇게 '남을 위해 뛰어다니느라' 바쁘게 살아도, 남편은 군말 한마디 없었다. 그저 허허 웃으며 아내를 대견해 했다.

"15년 전부터 지금 사는 S 아파트 반장을 했지예. 내 집 살림한다 생각하고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 주민들한테 알리고 했더니 자꾸 반장을 더해라 하더라꼬예. 나중에는 이장까지 하라 안 합니꺼. 별수 있어예. 주민이 원한다면 해야지예. 호호."

함양군 함양읍 운림2리 김종임(오른쪽) 이장과 동네 어르신들. /안병명 기자

살면서 그녀는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인근 산청에서 공무원으로 살았던 아버지가 늘 자신보다 남을 돌보는 삶을 살았는데, 그녀가 남들을 챙길 때마다 주위로부터 "아주 아버지를 닮았네!" 하는 말을 곧잘 들어서다. 그런 평판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스스로 충실하려고 전력을 기울인다.

시원시원하게 일 처리하며, 남에게 미루거나 탓하는 일 없이 이장 직분에 충실하다. 그러다 보니 230가구 390명에 이르는 동네 주민 얼굴을 일일이 꿰는 것은 물론 집집이 어떤 경조사가 있는지 다 알게 됐다.

그녀가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아무래도 '어르신' 챙기는 일과 동네를 쾌적하게 만드는 일이다. 지난 어버이날과 같은 마을회관 행사가 있을 땐 열일 제치고 회관에서 살다시피 한다. 그녀의 정성 때문인지 30여 명 동네 어르신의 회관 '출석률'은 90%에 가깝다.

보상을 받으려고 이장직을 수행한 건 아니지만 누군가 그 고마움을 알아주고 격려해주면 더 힘이 나는 건 인지상정이다. 김 이장도 지난 2010년 '여성복지 유공 군수표창'을 받고, 2014년에는 함양읍 모든 이장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해 '모범이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르신을 챙기는 것 외에도 복지 사각지대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마을주민이 없도록 애쓰고, 깨끗한 마을 가꾸기에 특히 심혈을 기울인 덕분이다.

운림2리 마을은 함양군청 바로 앞에 자리해 사실상 군에서는 '시내'라고 할만하다. 그만큼 유동인구도 많다 보니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곳이다. 개념 없이 쓰레기를 내놓는 주민이 있어도 낯 찌푸리지 않고 좋게 말하고, 그래도 안 되면 그냥 김 이장이 몸소 치웠다. 그런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주민을 감동시켰고, 이젠 종량제봉투 사용과 마을 대청소가 정착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언제까지 이장을 할지는 알 수 없지요. 그래도 주민이 원하면 꼭 해야지요.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우리 마을에도 혼자 사는 어르신이 많아서 늘 불편한 게 없는지 챙깁니다. 이제는 돌아가시고 안 계신 부모님 생각하면서 힘닿는 대로 돌봐드릴 생각입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자식의 도리로 동네 살림하는 그녀의 철학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래서 오늘도 집을 나서 마을회관으로 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마냥 가볍다. 오가며 만나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과 웃음으로 대화하며, 행복을 만들어가는 김 이장이 만들어가는 마을은 '행복 1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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