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창원 반송초교 '세월호 기억의 벽'설치 반대 논란

창원 반송초교 정문 외벽에 설치 예정이던 '세월호 기억의 벽'이 지역 주민의 반대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 6일 반송동 주민자치위원회, 통장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본부, 재향군인회 등 17개 지역 주민단체장은 긴급회의를 열고 설치 불가 의견을 모아 해당 학교에 전달했다. 이어 이곳이 지역구인 박준(새누리당, 반송·중앙·웅남동) 도의원이 지난 14일 경남도의회 본회의에서 도교육청에 사업 철회 혹은 이전 설치를 요구했다.

지역 주민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아이와 주민에게 아프고 슬픈 기억을 매일 오가며 되새기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자본의 탐욕과 무능한 국가 안전시스템, 정부의 초동 조치 실패 등이 겹쳐 수많은 학생이 진도 앞바다에 수장된 참혹한 사건을 왜 하필 우리 동네에 반영구적인 타일로 설치하느냐는 주민 의견을 두고 '님비' 현상으로 볼지, 아니면 학생 정서와 교육을 염려한 지역 주민(어른)의 배려로 볼지 속단하기 어렵다.

▲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은 벽화 '기억의 벽'이 설치될 예정인 창원시 의창구 반송초등학교 담벽.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다만, 세월호 참사는 전남 진도 팽목항, 서울 광화문, 경기도 안산뿐만 아니라 경남에서도 논쟁적이라는 사실만은 명확하다.

논란의 시작은 세월호 경남대책위 등 시민단체와 도교육청이 참사 1주년을 맞아 지난달 16일 열린 '세월호 기억의 벽' 제막식이었다. 이날 박종훈 교육감과 반송초교 학생회장·교장, 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지만 지역 주민 대표는 없었다. '기억의 벽'은 학생과 시민이 쓴 추모 글이나 그림을 받아 이를 엽서 크기 타일 1500∼2000장으로 제작해 학교 정문 외벽 30m에 조성할 예정이었다. 타일은 7월 말 붙일 계획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반송동 지역단체 대표는 긴급회의를 열어 설치 불가 의견을 확인했다.

또한, 박준 도의원은 도의회 5분 발언에서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수많은 아이가 매일 아프고 슬픈 기억을 떠올리는 게 옳은가? 특히 지역민과 논의 없이 교육감께서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교육청과 학교가 설치를 강행하면 주민 서명운동으로 맞서겠다고 했다.

주민 반응과 박 의원 발언을 접한 세월호 경남대책위는 "매우 실망스럽다. 지역과 학교 간 갈등은 원하지 않지만 혹여 아이를 향한 어른의 선입견과 모호한 논리 탓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의문을 나타내면서도 "하지만 우리 단체와 지역민, 학교가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하루빨리 마련했으면 한다. 거기에서 어떤 결론이 나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 다만, 정치적 접근으로 무조건 반대하고 갈등을 부추기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임채현 반송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사업 추진단체와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만난다고 주민 의견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왜 하필 반영구적인 타일로 여기에 하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 교육적 효과를 생각하면 진도 팽목항이나 교육청 인근, 또는 공원에 해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고학병 반송초등학교장은 "주민단체와 사업 추진 단체 대표를 따로따로 만났다. 지역 주민이 곧 학부모인 학교로서는 주민이 반대하는데 강행하기도 어렵다. 교사와 학교운영위원 의견을 듣고 주민단체와 사업 추진 단체가 함께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소 곤혹스러워했다.

하지만 18일 하굣길에 만난 학생과 학부모는 정작 이런 내용을 전혀 몰랐다. 한 학부모는 "아파트(노블파크)가 학교 운동장에서 육교로 바로 연결되고, 일부 학생은 학교 뒷길로 다녀 그곳을 보는 이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사람도 별로 안 다니는 거기에 왜 설치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전혀 다른 의견을 냈다.

세월호 참사 1주년도 한 달여 지난 지금, 세월호에 대한 기억조차 우리 사회에서는 둘로 나뉜다. 너무도 애통하고 참혹해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과 너무나 불편해 보고 싶지 않은 기억, 혹은 이제는 정리했으면 하는 기억으로.

주민단체와 이곳 학부모, 그리고 학생의 기억은 어디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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