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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구축 결국은 사람이다"

[우리 동네 사회적경제] (12) 두 활동가의 쓴소리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5년 04월 29일 수요일

강원도에서 두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한 사람은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꾸려가고 있고, 또 한 사람은 전통 복원 등으로 되살아나려는 마을을 수년째 돕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조직 또는 공동체, 아울러 그 속에서 함께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쓴소리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사회적경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경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비판은 강원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경남에서도 새겨들어야 할 목소리입니다.

◇"원주는 협동조합 메카 아니다" = 원주푸드협동조합 박수영 사무국장은 "외부에서 원주를 '협동조합의 메카', '협동조합의 천국'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1982년 이후 원주에서부터 전국으로 확산한 협동조합 운동도 15년 정도 틈이 있다. 민주화운동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2002년 원주의료생협이 조직화하면서 원주가 새롭게 발돋움하는 것으로 외부에는 비쳤다. 지역사회에서 힘을 모으기 어려운데 밝음신협, 한살림, 원주생협 등이 단체조합원으로 참여하고, 개인이 출자해 함께했다. 여기에 사회복지 단체들과 자활센터, 성공회 원주 나눔의 집 등이 모여 2003~2004년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가 조직됐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이렇다. "원주는 늙었고 꼬부라져 병들고 있다. 원주 또한 싸움 때문에 협동조합이 쪼개질 것이다. 어르신들은 늙고 젊은 층에선 의견이 충돌해 비전이 안 나오고 있다. 이것이 원주의 상황이다. 앙금을 털어내고 마음을 모을지……."

원주푸드협동조합 박수영 사무국장.

박 국장은 "협동조합은 제도가 아니라 유기체다. 협동조합도 생로병사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주지역에서 소위 1·2세대를 거친 '3세대 협동조합'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3세대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이용하고 참여하면서 지역사회에 들어가 지역을 개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원주에선 3세대 협동조합의 모습이 아직 안 나타났다."

현재 협동조합의 문제점도 짚었다.

"지금 협동조합은 운동이 아니라 사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두꺼운 조합원'이 아니라 '얇은 조합원'이 많다. 실제 조합에 참여하는 이들보다 예를 들면 한살림 음식만 사 먹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경영에선 조합원보다 직원이 우선되는 모습이 있다."

박 국장은 "원주 협동조합에는 젊은 감각이 없고, 비전문가(조합원)와 전문가(직원)의 불신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대립 등으로 협동조합은 망해간다. 이사회 안건은 직원이 만들고, 조합원 이사는 찬반 거수만 하고 비전이나 방향 제시를 못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분열은 또 다른 시작이다. 신뢰 경영으로, 조합원과 직원의 관계 또한 회복하고, 의기투합해 이 문제를 극복해야만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박 국장은 협동조합의 가치를 믿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협동조합 기본법이 지난해 1월 공포됐다. "국가가 없어도 협동조합끼리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 주식회사는 돈이 주인이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협동조합 주인은 사람이다. 협동조합 개별법 시대에서 이제 기본법 시대가 됐다. 농협, 생협 등은 300명이 있어야 결성되지만, 기본법 시대에는 5명 이상이면 가능하다. 개별법 시대에는 이용자 협동조합이었지만, 기본법 시대에는 노동자 중심 협동조합이 돼야 한다. 출자만 하고 배당만 받아먹는 것이 아니라 직접 노동하고 조합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현재 그가 몸담은 원주푸드협동조합은 로컬푸드 운동과 지역사회 연대 등으로 친환경 농업을 확대하고 지역 식량자급률 하락 문제를 극복하려는 곳이다.

◇"볼로냐, 몬드라곤 사례를 국내에 안착한다는 것은 착각" = "협동조합 운동과 관련해 이탈리아 볼로냐, 스페인 몬드라곤 등 국외 사례가 많이 언급되지만, 그러한 모습을 국내에 안착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역사가 다르고 주어진 환경이 다르다. 농민이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땅 크기부터 차이가 나고 달라 비교하기에는 무리다. 100여 년 동안 만들어진 역사이기에 우리나라에서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강릉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 권상동 센터장의 말이다. 권 센터장은 강원지역에서 18년 동안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해왔다.

강릉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 권상동 센터장.

그는 "2003년부터 마을 만들기 지원을 해왔지만, 센터에서 마을 만들기 기획안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일부러 잘된 모델을 내세우지도 않고 있다"며 "서류 1건도 대신해주는 게 없었는데, 4~5년 지나니까 마을에서 직접 기획안을 쓰는 경우가 생기더라"고 말했다. 마을 만들기 자체가 주민 스스로 해내야 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년 동안 부처별로 다른 이름으로 마을 살리기 사업을 펴고 있지만, 부작용만 있었을 뿐 성공 사례를 찾기는 어려웠다.

"작게는 몇십만 원부터 수십억 원까지 지원되는데, 마을에서 싸움이 나고 10년 동안 자살한 이장만 6명이다. 논에서 낫 들고 싸움하는 것을 5~6년 동안 지켜봤고, 마을 두 군데에선 지원금을 들고 야반도주하는 일도 있었다."

권 센터장은 "커뮤니티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점은 주민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와 비즈니스 가운데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 한울타리마을 사례를 들었다.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은 지원금이 아니라 '사람'이다. 젊은 층 유입이 이뤄져야 한다.

"북동리 마을은 인구 100명이 안 되는 곳인데, 수해를 연속 2번 입고 체험마을을 꾸려가고 있다. 하지만 운영이 어려운 현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마을에 작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투입되고 있지만, 마을 살리기에는 탄력이 안 붙고 있다. 북동리 인프라는 예전 65세에서 지금은 80대가 됐다. 그런데 이장은 30대 말 젊은 친구가 맡고 있다. 이처럼 젊은 사람, 동네 출신 친구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마을은 해체될 것이다. 이들은 먹고살 만한 일, 수익사업이 있어야 들어올 것이다."

권 센터장은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제도 또한 꼬집었다.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인증 유지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밖에 없다. 강릉에만 인증 사회적기업이 8개에서 최근 6개로 줄었다. 이 중 절반만 잘 운영되고, 나머지는 문 닫기 전이다. 왜 이렇게 주저앉고 있는지 정책 설계부터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은 성과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적 역할 강화로 눈을 돌려야 한다.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평가 보고서를 보면 성과 위주다. 일자리, 고용 문제에 집착하고 있고,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 방문 인원은 몇 명인지 따진다. 이렇게 전국이 아수라장이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은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 주민이 중심이 돼야 하고,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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