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검찰 상고 기각 8년 만에 무죄 최종 확정…"민주주의·통일 위해 노력"

'국가보안법 위반' 굴레를 벗는 데 8년이 걸렸다.

만 34세였던 시골학교 역사 교사는 그새 40대가 됐다.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이해 전국에서 북한 성토 분위기가 극에 달한 26일 오후 2시 30분 대법원은 그 틈을 비집었다.

피고인은 산청 간디학교 최보경(41·사진) 교사. 김신 주심판사 등 대법원 제3부의 판결은 간략했다. '검찰의 상고를 기각한다.'

경남경찰청 공안수사대의 수사착수 시점은 2008년 2월, 창원지방검찰청의 기소 시점은 그해 8월이었다. 기소 내용은 최 교사가 8·15 범민족대회와 한국진보연합·자유무역협정 수업 자료 등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북한의 조국통일 3대 헌장 책자를 소유하는 등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최 교사는 검찰 출두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된 각종 자료집과 교재 등은 일반 서점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자료를 모은 것으로 역사적인 사건을 두고 학생들과 다양한 시각에서 토론한 것인데 이를 좌경의식화했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2년 넘는 진통 끝에 검찰은 2011년 11월 25일 결심공판에서 최 교사에 대해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다음해 2월 1일 1심 재판부는 최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형사 2단독 박재철 판사는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라고 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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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경 교사.

판결문에는 "현대사에서 논란이 되는 문제들을 게재하고 컴퓨터에 저장한 것은 인정되나,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정도로 적극적인 의도가 없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을 찬양할 목적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7개월 뒤인 2011년 9월 21일 최 교사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3년 6개월이 또 흘렀고 사건은 잊히는 듯했다.

26일 대법원의 판결은 잊혀가던 시골 역사 교사를 다시 상기시켰다. 최 교사의 소회가 궁금했다.

"8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간디학교 학생과 학부모, 동료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이름 모를 지지자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더 좋은 교사가 되려는 노력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노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는 1999년부터 간디학교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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