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방 트렌드에 찾는 사람 증가…전문 정육점 첫 등장
창원에 숙성고기 바람이 불고 있다. 숙성 육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고깃집이 유행하는 한편 지난해 11월 전문 정육점도 생겼다.
◇숙성고기란 = 동물이 죽으면 고기가 굳는데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경직됐던 것이 풀려 다시 말랑말랑한 상태로 변한다. 고기가 경직된 상태이거나 경직이 풀린 직후에는 단단할 뿐 아니라 맛도 떨어진다. 이런 상태의 고기를 저온에서 일정기간 보관하면 육질이 연해지고 맛도 좋아진다. 이런 고기를 숙성고기라 한다.
고기가 숙성되면 근육을 형성하고 있던 단백질이 군데군데 끊어지고 그 과정에서 생긴 핵단백 분해산물과 아미노산은 구수한 맛을 더한다.
또 글리코젠도 젖산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단맛도 더해진다.
한국처럼 얇게 구워먹는 문화가 발달한 경우 숙성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인 고기 맛에 길들어 있고 스테이크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나 호주 등은 장기간 숙성된 고기를 선호한다.
◇숙성고기 전문 고깃집 인기 = 파란 바탕 간판에 붉은색 포인트. 지난해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문을 연 '목살55'는 창원지역에서 숙성 고깃집으로 유명하다. 목살55는 최대 55일 숙성한 고기를 선보이며 시작부터 기존 고깃집과 차별화에 들어갔다. 숙성과 부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독특한 맛에 소비자들 발길은 이어졌다.
해체쇼 등 다양한 이벤트와 재미있는 인테리어로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목살55는 개점 1년 만에 마산양덕본점을 포함해 창원지역에만 8개 매장을 열었고 부산에도 1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숙성 고깃집이라면 '쌍판 통참숯구이'도 빼놓을 수 없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자리한 쌍판 통참숯구이는 '300시간 명품숙성'을 고집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도 매장을 열었다.
◇숙성고기 전문 정육점도 =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있는 '낭만 정육점'은 경남지역 첫 저지방 숙성고기 전문 정육점이다. 이곳에서는 쇠고기는 15일 이상, 돼지고기는 7일 이상 지난 것만 판매한다.
김동규(38) 사장은 숙성고기 전문 정육점을 열게 된 계기를 '저지방'을 찾는 소비자 요구에 발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쇠고기 등급 분류 기준을 보면 지방이 많을수록 상위 등급을 받게 돼 있다. 흔히 마블링이라고 말하는 지방이 많을수록 등급이 높고 지방이 많은 고기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부드러운 것만 찾는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는 저지방이다. 지방이 적을수록 고기 등급은 낮고 질기다. 지방은 적고 육질은 부드럽게 할 방법은 숙성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고기 80%가 2등급이다. 지방이 적은 2등급 고기를 일정기간 숙성하면 지방도 적고 육질도 부드러운 숙성고기로 재탄생한다.
김 사장은 "숙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간과 육색, 온도인데 이것만 잘 맞추면 2등급 고기도 1등급+, 1등급++ 못지않게 부드러운 고기가 된다"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숙성고기 수요는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