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 사업전환 정책결정…시대성 고려 부족·발전성 역행

무상급식 폐지가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2014년 10월 27일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급식비 지원분에 대한 도 감사를 거부하자, 11월 13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2015년 3월 12일 무상급식 대신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가 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오는 19일 본회의 통과 절차가 남았지만, 새누리당 일색인 도의회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홍준표 도지사의 사업전환이 민주주의 정책결정 전제 중 선거결과를 만족하게 하기는 했지만, 시대성과 발전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상급식 폐지든 존속이든, 모자람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주민투표가 방법이다.

첫째, 선거결과이다. 일단 홍준표 도지사가 무료급식 대신 서민 자녀 교육지원을 결정했고,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19일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책결정 형식에는 이상이 없다. 경남도민이 선택한 도지사가 결정했고, 경남도민이 선택한 도의원들이 승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지하지 않은 도민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항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정치윤리의 문제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다.

둘째, 시대성이다. 6·4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도지사와 새누리당 도의원을 선택한 도민 모두가 반드시 무상급식 폐지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정책결정에는 시대성 고려가 필요하다. 공청회와 여론조사가 그 방법이다. 그러나 경상남도는 시·군별 공청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 특히 경남대 지방자치연구소가 경남도에 제공한 "도민 77.7%가 무상급식 폐지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실수든 고의든 조작 수준이다. 유효표본 2085명 중 60대 이상 46.3%, 50대 24.1%, 40대 13%, 30대 4.6%, 20대 11.9%였기 때문이다. 50대 이상이 70.4% 비중을 차지하는 의견이 경남도민의 의사로 둔갑하였다.

셋째, 발전성이다. 복지국가는 19세기 말 영국과 서구제국에서 시작되었다. 현대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의 복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보한다.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복지를 보면, 보편적 평등과 차등적 세금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무상급식을 예로 들면 모든 학생이 무상급식을 받고, 세금은 재산 정도에 따라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부잣집 자녀라고 해서 무상급식을 받지 못하면 부자에 대한 차별이 되고, 가난한 집 자녀라고 해서 무상급식을 받으면 빈자에 대한 차별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상급식 대신 서민 자녀 교육지원의 선택은 발전이 아니라 과거로의 회귀가 되는 것이다.

정책결정 전제 중 시대성이 단연 으뜸이다. 대표자 선택이 그의 정책 모두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지 않으며, 과거의 선택보다 현재 의사가 중요하다. 발전을 선택하든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하든, 현재 의사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공청회나 여론조사는 무의미하다. 홍준표 도지사에 대한 지지가 나와도 반대자를 설득할 수 없고, 반대가 나와도 홍준표 도지사를 포기시킬 힘이 없기 때문이다. 두 세력 모두를 누를 힘은 주민투표밖에 없다.

이재영.jpg
주민투표법 제7조 2항 ③"지방자치단체의 예산·회계·계약과 재산관리에 관한 사항과 지방세·사용료·수수료·분담금 등 각종 공과금의 부과 또는 감면에 관한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를 이유로, 무상급식 폐지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정책을 예산과 회계로 본 데서 비롯된 오류다. 제7조 1항에는 분명히 정책결정을 주민투표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경상남도 학교급식 지원조례'는 2008년 1월 10일에 제정되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