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의 연이은 막말 발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김해시와 남해군을 순방하면서 홍 지사가 학교급식과 관련한 발언을 하던 중 교육자들에게 험한 표현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홍 지사는 김해 순방길에서 교육계 원로인 성기홍 교육장이 무상급식에 관한 발언권을 달라고 하자 '건방지게 지사의 말을 가로막는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었다. 남해에서는 '교육계가 모두 거짓말쟁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교육계 인사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이야기가 세간에 퍼지자 홍 지사 측은 오히려 교육공무원들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발끈하고 있다. 하지만, 경남의 교육장들 모두가 나서서 홍 지사의 망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박종훈 교육감도 홍 지사 발언의 진위공방이 경남판 워터게이트가 될 것이라고 칼날을 세우고 있다.

참으로 씁쓸하고 기가 찬다. 홍 지사 발언의 진위에 대해 시비 걸자는 게 아니다.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참석자 중에는 홍 지사가 그런 발언을 했다고 했다가 여론이 심각해지자 말을 바꾸거나 말꼬리를 흐리고 있으니 따져봤자 말싸움으로 번질 게 뻔하다. 표현의 자구를 넘어서 그런 사태가 벌어져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 자체가 낯 뜨겁다는 말이다.

학교급식에 대해 정책적으로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도정 책임자로서 자기 주장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찬성과 반대가 팽팽할 때 정치지도자는 반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주장을 겸손하게 펼쳐가며 설득을 위해 노력하는 최소한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 대의제하에서 찬성하는 사람만 대접하고 반대하는 사람은 업신여기려 들어서야 민주정치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

그런데다 홍 지사의 화법은 자주 말썽을 빚어왔다. 국회의원으로 저격수 노릇을 할 때야 그럴 수도 있었겠다. 지금은 도정의 책임자 아닌가. 홍 지사를 지지하지 않는 도민들에게 폐부를 찌르며 상처 입히는 발언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정치지도자로 계속 성장하고 싶다면 안하무인식으로 도민의 마음을 어지럽혀서는 안된다. 도민이 지사의 부하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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