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와 도교육청이 무상급식을 놓고 이번에는 불용예산 공방전을 벌여 학부모들을 당혹하게 만든다. 불을 지핀 이는 홍준표 지사다. 홍 지사는 양산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도의회의 의결사항을 재론하며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무상급식을 하지 않으면 탄핵 대상이라는 매우 강도 높은 폭탄발언을 함으로써 시비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불용예산이란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이 미처 쓰지 못해 다음 회계연도로 이월되는 예산을 뜻하는데 홍 지사의 논조에 따르면 도교육청이 무상급식을 계속하고도 모자라지 않을 규모라는 것이다.

도교육청이 즉각 해명을 겸한 반박 성명을 내놨다. 지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골자다. 불용으로 처리된 돈은 그대로 쌓여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장부상의 명목일 뿐 실제로는 허수에 불과하므로 도 지원금이 끊기면 무상급식을 더 지탱해 나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공방을 통해 확인되는 것은 경남도가 지원을 그만두긴 했지만 무상급식 자체가 중단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 지사가 새 학기 위기설에 대해 비교육자적인 발상이니 후안무치 등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도교육청을 공격하는 태도에서 그 같은 맥락이 드러난다. 홍 지사는 이제 의회의 의결사항임을 내세움으로써 의회의 권위를 빌려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책임을 전적으로 교육청 쪽으로 돌리려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나게 만든다. 그런다고 국면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도를 비롯 시·군 지원없이 무상급식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그 정점에 예산권을 쥔 광역단체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실제 일선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유상급식으로의 전환을 알리기 시작했다. 돈을 내고 먹는 학교급식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 생활 형편에 따라 급수를 매겨 제외시킨 일부층 학생 외 대다수가 그속에 포함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남도가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무상급식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탄핵감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경남도가 조금이라도 무상급식의 필요성을 고려한다면 교육자치의 실체를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대화로 풀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게 통큰 정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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