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과 함께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 자격 박탈 결정을 내렸을 때 해소하기 어려운 의문이 뒤따랐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강제 출당이든 자진 탈당이든 그동안 수없이 많은 당적 이탈 사례가 빚어졌지만 그로 인해 자동적으로 의원직이 멈추어지는 예는 없었다. 당을 떠나면 무소속으로 되는 것과 같이 당이 해산됐다 해도 의원직까지 상실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강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가 먼저 반기를 들었다. 참여연대는 국민이 직접 뽑은 국회의원을 헌재가 자격을 박탈한다는 것은 헌법상의 대의제 원리에 반하며 국민주권 원리에 위배되는 심각한 결정이라는 성명을 내놨다. 정당이 해산된다고 해서 소속의원 자격이 상실된다는 헌법재판관들의 결정은 권한밖의 일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창원대 최용기 교수는 한층 진보된 법리 문제를 들어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 자격 박탈을 결정한 8명의 헌법재판관을 탄핵해 줄 것을 요청하는 요지의 청원서를 제출해 그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최 교수의 청원 내용을 요약하면 첫째 국회의원 자격심사는 국회만이 할 수 있고, 둘째 국회의원을 제명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며, 셋째 국회가 그 같은 의원 제명을 결의하면 법원에 제소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민주주의 삼권분립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헌재의 국회의원 자격박탈 결정은 위헌적일 뿐만 아니라 법적 근거가 없어 법치주의에 위배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취해야 할 올바른 방향은 정당 해산과 함께 소속 국회의원을 제명해 줄 것을 국회에 촉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회의원 자격을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국민에게만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최 교수는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지낸 원로교수로 그의 원칙론이 상당한 무게감과 권위에 바탕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학계와 나아가서는 국회에 어떤 파장이 미칠지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이 강제 해산인 데 근거해 의원 자격을 빼앗는 명분으로 삼았기 때문에 새로운 판례로서의 우월감을 과시할 소지가 크다. 따라서 논리 충돌은 불가피하지만 번복한다거나 판단 오류를 인정할 여지는 극히 희박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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