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명령하고, 소속 의원의 직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 된다”는 이유이다.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북한노선을 추종하면서 폭력을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물론 국민의 의견도 분분하다. 헌법이 민주적 질서를 수호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표현과 결사의 자유가 훼손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양자 모두 나름대로 논리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대전제 하에서 보면, 후자에 무게 중심이 실릴 수밖에 없다. 소수를 존경하며, 절차를 우선시하는 제도가 바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먼저 다수와 소수의 관계이다. 우리는 "다수를 존중하며 소수를 배려해야 하지만, 둘이 충돌하면 다수 의견에 따르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단히 잘못된 해석이다. 일단 다수와 소수는 이해관계가 다르므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수는 항상 다수에 의해 희생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소수에 대한 배려'라는 전제는 수식어로 추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들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즉 "다수가 소수를 존경하면서 함께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가 적절한 해석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자신과 다른 이념,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통합진보당은 국회의원 5명, 당원 9만 8792명, 유급 사무직원 수 140명의 초미니 정당이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지지율 10.3%, 약 200만 표를 획득했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됨으로써, 소수에 대한 존경이 사라졌다. 새누리당은 해산에 적극적 지지를 보냈으며, 새정치연합은 방관자가 되었다. 통합진보당을 선택했던 200만 국민은 대변통로를 상실하게 되었다. '민주적 기본질서 보호'가 해산의 근거였다.

통합진보당과 같은 소수에게 붕괴할 정도의 국가라면, 국가의 문을 닫는 편이 더 현명하지 않겠는가? 정당의 탄생과 지지는 현존 정당이 대변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정책결정 주체의 문제이다. 정당은 ①국민의 부분으로 구성되며 ②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고 ③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④정치과정 참여를 통해 정권의 획득-유지-재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①과 ④의 의미를 새겨야 한다. ①은 상이한 2개 이상의 정당 활동을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부분은 당연히 다른 부분과 대립하기 때문이다. ④는 국민의 선택에 의해 권력의 향배가 갈린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정당이라고 할지라도, 억압이 아니라 문명화된 경쟁인 투표로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정당해산에 대한 제소권과 심판권을 보유하는 상태는 민주주의 정당제도에 배치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1952년과 1956년 독일 헌법재판소는 각각 사회주의제국당과 공산당을, 2002년 스페인 대법원은 바타수나당을, 1998년 터키 헌법재판소는 터키 복지당을, 2007년 태국 헌법재판소는 타이락타이당을, 2013년 이집트 최고행정법원은 자유정의당을 해산시켰다.

여기서 독일 이외는 정치적 후진국이기 때문에, 고려의 대상에 넣기 어렵다. 독일은 공산당 해산을 민주주의의 가장 부끄러운 상황으로 인식하고 재창당을 허용했다. 그리고 2003년 나치 성향의 정당인 독일민족민주당에 대한 해산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국민이 정당의 존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정치선진국의 일반적 경향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반국가 세력과 공존하거나, 혹은 자연스럽게 이들을 제거한다. 이들과 공존함으로써, 탄압비용을 줄일 수 있고 지지하는 국민을 포용할 수 있다. 국민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정치를 함으로써, 반국가 세력의 유지와 성장을 방해한다. 통합진보당이 반국가 세력이라면, 이 같은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대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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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통합진보당이 반국가 세력이라면,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 국민을 만족시키는 행정과 정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정당이 생성되었고 이를 대변통로로 삼는 국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목적을 중요시하는 법은 독재적 요소이다. 당연히 헌법재판소가 보유하고 있는 정당해산권을 없애야 한다. 민주주의는 '무엇을 위한 체제'가 아니라, '절차를 지키는 체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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