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 세계 최초로 성공…인쇄전자 분야 혁신 기대

3D 프린팅 기술은 도면과 재료만 있으면 과자, 장난감, 인공 관절, 자동차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제조업 혁신을 이끌 '21세기 연금술'이라고 불린다. 앞으로 이 같은 물건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구조체도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머리카락보다 수백 배 가는 굵기의 나노미터(㎚)급 3차원(3D) 구조체를 제작할 수 있는 '3D 그래핀 나노프린팅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는 인쇄전자 분야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박경엽) 설승권 박사팀(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이 미래형 전자소자 핵심 소재인 '그래핀(graphene, 탄소 원자로 이뤄진 원자 1개 두께의 얇은 막 형태 나노 소재)'을 써서 다양한 형태의 3차원 나노 구조체를 만들 수 있는 '3D 나노프린팅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18일 전기연구원은 자체 정부 출연금 사업으로 이 같은 세계 최초 개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나노미터(1㎚ = 10억분의 1m) 수준의 그래핀 3D 구조체를 다양한 형태로 프린팅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기술은 미래형 웨어러블(wearable·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생산하는 데 적합한 인쇄전자(printed electronics)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쇄전자 기술로는 다양한 기능성 잉크 소재를 인쇄 공정에 이용해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DVD(Digital Versatile Disc), LCD(Liquid Crystal Display) 등 디지털 가전과 전자종이, 유연 물리화학센서 등 여러 차세대 유연 전자소자를 제작할 수 있다.

현재 인쇄전자 기술 중 주목받는 것이 3D 프린팅 기술이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은 거시적인 구조물을 제작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전자소자 구현을 위해 필요한 나노미터 수준의 미시적인 구조물을 만드는 데는 기술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연구팀은 기존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없는 나노미터 단위 구조체 제작을 위해 초정밀 노즐(nozzle) 제어 기능, 초미세 프린팅 과정을 실시간 고해상도 영상으로 관찰하는 기능을 탑재한 3D 나노프린터를 개발했다. 초미세 노즐(nozzle)과 잉크 역할을 하는 '산화 그래핀(graphene oxide)' 용액을 활용해 나노미터급 극미세 3차원 나노 구조체를 간단한 공정으로 제작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3차원 나노 구조체는 평균 15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인 머리카락 굵기보다 수백 배 작은 크기다.

설 박사는 "3D 나노프린팅 기술은 그래핀뿐만 아니라 금속, 플라스틱 등 여러 소재로 3D 구조체를 제작할 수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어 인쇄전자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 특허를 출원했으며, 관련 업체와 협의해 후속 응용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른 시일 안에 기술을 이전해 3D 나노프린터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재료 분야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 최근호(11월 13일)에 게재됐으며, 나노기술 분야 세계적 포털사이트인 미국 '나노월크(Nanowerk)'에도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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