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케이비알(KBR) 노동자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제기한 정기상여금 관련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경남에서 나온 판결이다. 이 판결이 주목되는 것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문제 중 그동안 논란이 분분했던 일부 논점을 분명하게 정리했다는 점에 있다.

지난해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문제가 명쾌하게 정리된 것으로 흔히 알려졌지만, 당시 대법원 판결은 '고정성'과 관련하여 새로운 논점의 길을 열어놓았다. 당시 판결은 상여금이 노동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었다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원칙을 수립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었다. 이 경우 지급일 이전에 퇴사해 한달을 온전히 근무하지 못한 노동자에 대한 상여금 지급 여부와 기준이 통상임금 적용의 논점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노동자는 회사가 상여금을 근무 일수에 비례해 지급하는 '일할 계산' 등의 고정성이 인정되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번 소송에서도 논점은 바로 고정성이었다. 창원지법은 지급일 당시 퇴사한 노동자에게 일할 계산을 하지 않았으므로 고정성이 없다고 주장한 KBR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서 일할 계산을 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노사 간 합의된 묵시적 관행이나 단체협약의 명시적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취지에 주목하여 퇴직자에게도 정기상여금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폭넓게 해석한 재판부의 판결에 박수를 보낸다. 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이번 통상임금 판결이 다른 비슷한 소송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도 기대된다. 도내만 해도 4개 대기업 등에서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지난 2월 정기상여금이 지급일이나 특정한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업무지침'이 무색해졌다. 그동안 노사 갈등의 국면마다 대체로 사측의 편을 들었던 고용부는 통상임금 문제가 계속적이고 소모적인 논란을 빚지 않도록 공정한 태도로 지침을 다시 손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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