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보다 꿈…"의지만 있으면 못 이룰 게 없죠. 대학 진학은 선택…열정·노력 더 중요"

16년 만의 한파라고 했다. 지난 13일 수능시험일이었다. 이날 많은 이들이(누군가는 가족으로서, 누군가는 사회인으로서) 수험생들에게 관심을 집중했다. 대학 학벌을 중요시하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가 한마디쯤 했을 터인데, 아마도 "파이팅"쯤 되지 않았나 싶다.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 메카트로닉스과 3학년 남은진(19) 군에게 "그날 시험 잘 봤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자신은 시험을 치르지 않고 집에 있었단다. 그럼에도 자신감 있는 표정이 보이고 말투가 똑 부러진다. 과연 은진 군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킨 일이 너무 많았어요. 내 진로에 대해서 생각이 없다보니까 그냥 학교 다니고 친구들과 놀았죠. 가족들은 저한테 기대를 하는데 제가 기대에 못 미친 경우가 많다 보니까 '이번에는 하더라도 제대로 하자'는 생각이 머릿속에 꽂혀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막바지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긴박하기도 했다. 은진 군은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창원기계공고 3학년 남은진 군이 교내 실습실에서 기계 작업을 하고 있다. /류민기 기자

"생각해보니 기계가 인간을 대신해서 일을 한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기도 하니 대단해보였죠. 그래서인지 '기계를 만들어서 남을 기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기계를 통해 남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 은진 군 눈에 기계직 공무원이 들어왔다. 고졸 출신 채용이 있다는 걸 안 게 그해 6월. 이때부터 생활패턴이 달라졌다. "내신관리도 해야 하고 공무원시험도 준비해야 했죠. 스펙도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국가기술자격증도 취득하려 했습니다."

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학교 시험 공부하는 중에 자격증 실기시험 대비 연습을 했다. 실기 연습 후에는 또다시 학교 공부를 했다. 공무원시험에 맞춰 관련 교과를 학습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서 새벽 2시에 자는 생활이 반복됐지만 시간은 부족하기만 했다.

"어떤 한 가지를 하더라도 병행할 수 있는 거는 병행하고, 할 수 없는 것들은 나중으로 미뤄서 했습니다. 실기 연습을 하는 도중에도 남는 시간은 공무원시험 대비하는 책을 펼치는 식으로 말이죠. 자투리 시간을 놓치지 않고 공부한 게 좋았습니다."

수험생들이 수능시험 대비 막바지 정리를 하느라 정신없었던 지난달 11일. 은진 군은 이때가 이제까지 흘린 땀방울을 평가받는 날이었다. '2014년도 경상남도 지방공무원 제3회 임용시험' 9급 고졸(예정)자 구분모집 중 '공업' 직렬로 시험을 치렀기 때문이다. 1명 뽑는 시험에 자신을 포함해 10명이 응시했다.

"제가 본 시험은 학교 내신 같은 경우 해당 학과에서 상위 50% 안에 들어야 하는데, 고 2때 정신 차린 것이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필기시험 같은 경우 공부한 거에 비해 쉬워서인지 치르고 나서는 될(합격할) 거라는 확신을 가졌고요. (웃음) 취득한 자격증 또한 가산점 적용이 됐으니 제가 준비해온 모든 게 도움이 됐습니다."

그 얘기대로, 은진 군은 지난달 31일 필기시험 합격 소식을 들었다. 자신을 포함해 2명이 면접시험을 본다고 한다. 면접을 앞두고 걱정하면서도 오는 28일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은진 군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는데요. 학벌 등 사회 분위기상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했다.

"저는 이 고졸 신분이 전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전과 비교해서 지금은 고졸채용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또 채용이 이뤄지는 추세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고졸 신분도 괜찮은 거 같고, 굳이 대학에 안 가도 자기개발을 꾸준히 하는 등 의지만 강하다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분에 얽매이지 않은 채 무엇이든지 해보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말입니다."

장기적으로는 5급 기술직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은진 군. 그는 '대학에 가지 않고도 5급 시험에 합격하는 것' 그게 자신이 설계한 진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응시한 시험의 결과가 기대와 달리 나오더라도 내년에 합격할 거라며 웃었다. 1명 뽑는 시험이라도 그 1명이 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공공기관ㆍ기업체 등에서 고졸채용 기회를 더 확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점이 있고, 효과가 있으니까 고졸채용을 해왔지 이유 없이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말입니다. 공공기관ㆍ기업체 등에서 이 같은 채용에 관심을 가져 사회적으로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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