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리 통신사에 비용절감 효과까지 줘…단말기값·통신비 인하 취지 되살려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큰 진통을 남기고 있다. 단통법이 시행 4주차를 맞이하는 가운데 여전히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이통사+제조사 장려금)은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에서 '갤럭시노트4'(LTE 100 요금제)를 구입할 경우 1일 고시한 11만 1000원의 보조금이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유지된다. 출고가 95만 7000원에서 11만 1000원을 빼면 84만 6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 초 2월 대란을 경험한 소비자라면 80만 원이 넘는 가격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일 것이다.

이달 초 시행된 단통법은 소위 이러한 대란을 막기 위해 등장하였다. 과도한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휴대전화 시장의 가격질서가 혼란해지고, 소비자 간 격차를 심화시켜 소위 호갱(호구 고객)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신규, 번호 이동, 기기변경에 대해 지원금을 통일하여 불법적인 유통 관행을 막는 것이 골자이다. 아울러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통신지출이 4.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 가계의 '통신비 부담 줄이기'가 법 제정의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단통법이 시행되고 한 달도 안돼 법 폐기론이 등장하는 등 단통법은 최악의 법률로 기록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실제 단통법 이전 휴대전화 시장은 정글이나 다름없던 것이 사실이다. 자정을 전후하여 기습적으로 공지글을 띄우고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은밀하게 문자가 오가고, 갓 출시된 최신폰을 비록 2년 또는 3년의 약정에 가입하는 조건이라고는 해도 어쨌든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건 구매라기보다는 일종의 게임과 같은 짜릿한 승부의 쾌감을 주었다. 정보를 품팔아 최신폰 구매에 승리한 소비자들은 자신의 스토리를 영웅담처럼 늘어놓고, 반면에 그보다 비싼 가격으로 동일한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던 소비자들은 순간 바보가 된 듯한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바로 '호갱님'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단통법은 결과론적으로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이통사에 마케팅비용 절감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 상반기 1조 9300억 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썼다. 작년 같은 기간 1조 7600억 원과 비교해 9.6%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중 영업정지 행정 조치를 받은 이통 3사가 시장 점유율을 고수하기 위해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펼치면서 마케팅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지급 한도가 법적으로 정해지면서 당장 올 3분기 SK텔레콤은 8000억 원 초반대의 마케팅 비용을 쓴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마케팅 비용 부담이 줄면서 SK텔레콤은 4분기의 영업이익 증가폭이 10%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통사든 제조사든 과도하고 소모적인 마케팅비용이 절감된다면 이는 소비자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이제 그럼 절감된 비용을 가격 인하라는 선물로 고객에게 곧 보답해줄 테니까.

그러나 아직 소비자의 성난 마음을 달래줄 만한 획기적인 요금인하나 단말기 출고가 인하 소식은 그다지 들려오지를 않는다. 1년만 지나도 놀랄만큼 성능이 떨어지는 품질의 불편함을 갑자기 감수하고 장기 유저로 전환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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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은 어디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소비자 중심 경영이 말로만이 아닌 진정성에서 출발하기를 바라며, 아울러 국회도 '소비자와 가계의 통신비 절감과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투명성 및 질서 회복'이라는 당초의 취지를 하루 빨리 되새겨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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