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자 입장에서 말끝·핵심 분명하게…청자 입장에서 인내심 갖고 경청을

'말은 많아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정치, 경영, 언론 등 각계각층에서 온통 말과 소통 이야기다. 소통의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게 마련이지만 '말하기'가 기본이다. 그런데 말은 많은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불평과 탄식이 계속됨은 소통이 쉽지 않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말의 결핍 상황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말이 통한다는 것은 '말 잘하기'보다는 제대로 말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말하기란 남의 말을 제대로 듣기부터 생각하기, 글쓰기, 말하기 또다시 듣기 등 커뮤니케이션의 전 과정을 포함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일상 '말하기'나 '글쓰기'가 그만큼 어렵고 중요하다. 요즘 말하기, 글쓰기 교육과 소통 열풍이 이를 웅변한다.

어쩌면 말은 한 사람의 거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다.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언어가 없다면 인류가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 말이 필요없는 일이란 보통 혼자 하는 일이고, 혼자 하는 일은 여럿이 하는 일보다는 성과가 작다고 한다.

여기서 말이란 사람과 사람을 묶고 성과와 성과를 엮어 더 큰 일을 해내게 하고 또 다른 시너지와 가치를 만들어 내는 끈이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보다는 집단성이나 공감과 협업이 중시되는 시대 상황에서 말이 중요한 이유이다.

말은 많은데, 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우리가 왜 말을 하는지 생각해 보면 그 답이 있지는 않을까. 우리가 말을 하는 것은 상대방과 의사소통 또는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라면 어떻게 말하느냐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정보를 명확하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고 핵심이다.

중얼거리거나 우물쭈물하면 상대방은 말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추측할 것이다. 보편화되지 않은 전문 용어나 외국어를 남용하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다. 애매하거나 추상적으로 말한다면 오해와 또 다른 해석을 가져온다.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보지 않으며 마지막에 전혀 다른 의미를 가져온다고 한다. 말끝이나 핵심을 흐려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다양한 집단,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관계 속에서 사는 현실에서 단순하고 명료한 말을 하는 것이 말이 통하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소통이나 대화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교류이다. 쌍방교류를 넘어 상호 맞춤형 말과 소통이 필요한 시대이다. 말의 힘이 사람을 움직인다. 그렇다면, 말은 상대방을 보며 귀와 마음을 열고 일관성이 있어야 진실하고 공감함으로써 신뢰를 얻을 것이다. 정직하게 그러면서도 품위 있게 말을 하는 말의 품격도 필요하다.

말이 통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소통을 잘하면서 상대방 처지에서 역지사지와 감정이입에 충실하고, 정성을 갖고 정직하게 핵심 메시지에 집중하여 정확하고 간결하게 말한다고들 한다.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읽다 보면 남녀 사고방식이 달라서 마치 서로 다른 우주 공간에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엄청난 장벽 앞에 서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서로 차이에 대해 감성과 진정한 소통을 거쳐 이루는 사랑을 일깨워 주지 않는가.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의 호흡이 맞아야 말이 통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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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면 안 아프고, 안 통하면 아프다고 한다(通則不痛 不通則痛). 사회의 기는 언로로 소통된다. 듣지도 않고 제 말만 무성하다. 말 많은 사회가 아니라 말이 통하는 신뢰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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