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도청 서부청사를 지난해 폐업한 진주의료원 터에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고 건립 추진하고 있어 다시 말썽을 빚고 있다.

경남도는 올 첫 번째 추경에 진주의료원을 활용한 대체 시설 설치에 대한 타당성 조사용역비 4000만 원과 서부청사 건립 예산 83억 원을 동시에 올렸다. 그런데 예산안을 보면 타당성 조사 용역은 11월 말에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고, 건립은 10월부터 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타당성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건립부터 하겠다는 이야기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또 도유지인 진주의료원을 의료시설에서 행정시설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공유재산 관리계획에 대하여 도의회의 동의부터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경남도는 절차에 따라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예산부터 올린 꼴이니 무슨 행정을 이런 식으로 하는지 어이없다.

자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집행 기능과 대의 기능이 각기 독립적 지위를 가지고 견제와 균형이 올바로 이루어져야 한다. 의회가 행정부서에 권한을 위임하더라도 대의 기능을 살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소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권력분립의 원칙을 세운 것을 멋대로 침범해서는 민주적 자치라고 할 수 없다.

경남도가 법 제도에 명시된 절차적 규정이나 규범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결국 행정 독재라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도지사와 도의회가 새누리당 일색인 마당에 같은 편끼리 약속이나 한 듯 행정을 밀어붙여서는 경남도는 도민이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만의 지방권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남도의 일방 독주에 대하여 경남도의회도 스스로 지위와 역할을 분명히 정립해야 한다. 의회의 압도적 다수가 새누리당 의원들이라 하더라도 의정은 경남도민 전체를 아우를 수 있게끔 펼쳐야 한다. 도지사가 힘이 세다고 행정절차를 경시하고 뜻대로 관철하려 할 때 부화뇌동하여 거수기 노릇이나 해서는 의회 본연의 자리를 잃고 말 것이다.

행정은 법 제도에 따른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생명이다. 홍준표 지사만의 경남도 행정이 아니지 않은가.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의 이견도 좁혀지지 않았고, 진주 지역 주민 의견도 분분한 상태에서 홍 지사의 입장만 반영해서야 도의회의 존재가치에 의문부호가 달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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