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해 벌인 도민 여론조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1년 전에 했던 첫 여론조사는 폐업의 정당성을 확보키 위한 명분용으로 찬성표가 많이 나왔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설문 문항의 작위성이 도마에 올랐는가 하면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지난주 두 번째 행한 여론조사 역시 기획된 여론몰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설문 의제 자체를 서부 경남의 최대 숙원이랄 수 있는 서부청사 개청과 연결해 반론이 끼어들 여지를 그만큼 축소하는 술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만일에 서부청사 장소를 혁신도시 안이나 접근이 쉬운 기존 시가지로 설정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래도 수치는 비슷하게 나왔을 것이다. 도는 이번 2차 조사에서도 회초리와 당근을 교묘하게 배합함으로써 반대여론을 억누르는 소재로 삼은 인상이 짙다.

핵심 관점은 그러나 설문의 불공정성에 있지 않다. 성격이 같은 여론조사를 왜 관이 계속해서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한발 양보해서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다면 왜 하필 지금인가 하는 의아심을 떨칠 수 없게 한다. 당국자는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활용키 위한 주민 의견이 어떤지를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하나 그 문제는 너무 많이 언급돼 이미 기정사실로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의료원을 폐업하면서 홍준표 지사의 공약인 서부청 청사로의 활용 복안이 서 있지 않았겠는가. 1차에 이은 2차 여론조사가 그런 의도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면 예산 낭비나 행정력의 누수는 막을 재간이 없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치자. 하지만 왜 지금인가 하는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 현 도지사의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진주의료원은 행정명령에 따라 문은 닫았지만, 보건복지부와 국회 그리고 법률 쟁송 등의 연동관계가 미완으로 남아 앞으로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도지사 경선에서도 후보자 간에 입장이 달랐으며 야권 후보들은 하나같이 재개원 약속을 해 도지사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됐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경남도가 여론조사 명목을 빌려 현직 지사의 전유물인 진주의료원 폐업을 시멘트화하려는 움직임은 오해받기 딱 알맞다. 도 행정이 선거 중립 의무를 어겼다는 비판을 자초한 배경이 그와 같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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