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은 "저놈의 산만 보면 피가 끓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즘 양산 상북면 지역 주민 심정이 대부분 이러할 것이다. 오랜 세월 살아온 이 지역의 앞산을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오고 피가 끓는다. 이미 뒷산은 골프장으로 새벽까지도 불이 훤하게 켜져 있어 대형 UFO가 출몰한 듯 자연경관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는데, 이제는 앞산마저도 자본의 논리로 일반산업단지를 추진하려는데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

이곳 양산시 상북면은 2009년에 국책사업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추진하려던 곳이다. 그런데 그 계획이 무산되자 양산시에서는 주민 모르게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려고 했다. 2013년 7월 2일 사업설명회를 하는 순간까지도 이 지역 면장이나 시의원, 몇몇 단체장을 제외하고는 주민 대부분은 물론이고 28개 마을 이장들조차도 첨단의료복합 산업이나 첨단산업이 유치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주민과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이런 계획은 주민의 기본적 알 권리를 무시하고 공무원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켰다.

또한 추후에 주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도 추가 설명회라고 개최를 했지만, 그 자리에서조차도 주민이 요구하는 투명한 자료 공개나 보완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일방적으로 설명회를 마무리 지었다. 더군다나 2014년 2월, 시장 연두 순회 간담회에서 예고도 없는 기습 설명회를 개최하고, 주민 설명회에서 의견 수렴을 했다며 언론에 보도를 낸 것에 대해 주민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시의원은 주민과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대가 있는데도 지역 유지나 일부 단체장들을 설득하여 산업단지 추진에 대한 여론몰이를 오랫동안 해 왔고, 산업단지 조성을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검토안에서도 산사태나 심각한 자연훼손, 학교 뒤에 들어서는 산업단지에 대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주민이 절박하고 억울한 상황들을 작년 10월부터 매주 목요일 주민 집회를 통해 알리고 있는데도 주민집회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신문기사도 나가지 않았을뿐더러 시장이나 시의원은 한 번도 주민을 찾아오지 않고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뒤에서 주민 여론만 움직이려 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인근에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양주중학교가 있다. 이 작은 상북면에 골프장이 3개나 있고, 등록된 공장 수만 238개, 등록되지 않은 공장까지 합치면 거의 600개가 넘는 공장이 있다. 양산에는 벌써 공장으로 둘러싸여 아이들의 건강이나 학습권은 물론이고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소토초와 어곡초가 있다. 이 두 학교의 사례를 보면서도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양산시는 다시 양주중을 공장 속으로 밀어 넣으려고 한다.

최근 양산시는 주민의 반대 여론을 의식하여 내놓은 보완책이 애초에 산업단지 계획도에 20% 이상을 차지한 심각한 공해를 유발하는 고무, 플라스틱, 화학은 제외하고 진행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나 '지역발전대책', '환경영향평가법 입법예고안' 등의 규제 완화 정책들을 보면 산단 절차 간소화를 위해 업종 변경이나 용도 변경시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산업입지정책심의회 심의나 주민의견청취를 생략하는 제도적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무소불위의 제도 장치들은 합법적으로 힘없는 주민을 내몰 수 있는 법안이다. 이런 위기감을 주민이 감지했기에 더더욱 산업단지 조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주민은 그저 들꽃처럼 살고 싶어 한다. 산업단지가 없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도 아니고, 경남은 산업단지를 조성하고도 미착공 미분양률이 최고인 지역이라 남아도는 것이 산업단지인데 하필이면 노인 인구가 많은 이 지역에 또 산업단지라니? 매주 집회 때마다 나오는 어른들의 평균 연령이 60대 이상이다. 마치 어느 먼 인디언 부족처럼 땅의 냄새와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땅에서 생명과 희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양산시는 산업단지라는 개발 논리로 절망의 시정을 펼치고 있다. 한 사람의 행복이 다른 사람에게 불행이 되는 제로섬 같은 시정은 불통의 시정이고, 절망의 시정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양산시가 '자연친화도시'를 진정으로 표방한다면 자본을 따라가는 '쩐(금전)의 윤리'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는 '생명의 윤리'에 입각하여 석계산업단지 조성을 전면 재검토하여 백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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