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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닭도 채 가는 하늘의 포식자들

[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1) 수리부엉이와 참매

이인식(우포늪따오기복원위원장) webmaster@idomin.com 2014년 03월 18일 화요일

내가 살고 있는 세진마을 너머 바위절벽에 부엉듬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서 늘 부엉이가 살면서 오랫동안 울음소리를 들어왔다는 곳이다. 지금도 해질 무렵, 야생 동물 관찰에 나서면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우웅 우웅' 하며 규칙적으로 낮은 음을 내면서 높은 절벽 둥지에서 늪 안의 먹이활동을 하는 물오리들을 관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날이 저물면 물오리들을 바로 공격하지 않고 물억새와 버드나무들이 수리부엉이를 숨겨 줄 만한 작은 둔치에 살포시 내려앉아 사냥 준비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나뭇가지에서 어두워진 늪 안으로 바로 비행하여 물닭을 사냥하여 새끼들에게 먹이기도 한다. 간혹 달이 가득 차오르는 밤, 늪 안에는 평화로운 잠자리를 깨우는 수리부엉이 소리에 졸고 있던 물오리들이 일제히 날아오르고는 한다. 이때에는 나도 온몸을 움츠리고 숨을 죽이며 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그러나 곧 수리부엉이의 사냥이 끝나면 평화의 시간이 다음 날까지 지속되는 것이다. 이처럼 수리부엉이는 밤에 활동하는 텃새이며, 간혹 마을에 들어와 닭을 채가기도 하여 사람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우포늪으로 보자면 겨울에 왔다가 산란하고 봄이면 떠나는 철새다.

참매도 마당에 돌아다니는 닭을 예기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서 채가기 때문에 예로부터 수리부엉이와 참매는 사람의 미움을 받아 온 셈이다. 그러나 늪 주변 마을에서는 이런 일이 드물다. 물오리들이 늪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과 수리부엉이 같은 맹금류는 물오리와 기러기를 노리는 공동 사냥꾼인 셈이다. 또한 참매는 먹이를 덮치고 놓칠 경우, 다른 맹금류는 포기하지만 끝까지 먹이를 추격하는 습성도 있다. 그래서 참매를 예로부터 매사냥에 이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1월 24일 우포늪에서 사냥하는 참매 모습. /이인식  

지난 2006년, 참매는 철새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문화일보 김연수 기자가 참매가 이 땅에도 번식하고 있다는 기사를 쓴 뒤, 여러 사람이 산 속 현장에서 끈질기게 위장 텐트를 치고 관찰한 기록들이 있다. 그 중에서 참매는 "둥지 근처에 사람이 접근하면 높은 나무에서 내려다보면서, 마치 쇠끼리 부딪치며 내는 날카롭고 단말마 소리로 소름을 돋게 한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록은 겨울철새로 우포늪을 찾아오는 참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간혹 나무 위에서 먹이를 관찰하며 오랫동안 기다리던 참매도 사람이 나타나면 잽싸게 다른 숲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사람을 향하여 경계음을 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 오직 자식을 키울 때만 하는 행동이다.

매사냥에서 흔히 참매가 꿩을 사냥하는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참매를 관찰한 박웅 선생은 꿩을 먹이로 잡아온 일은 없었고, 꿩 새끼인 꺼벙이를 잡아온 것을 한 번 본 적이 있다고 전한다. 아마 사냥꾼이 개나 몰이꾼을 통해 꿩이 날아오르게 해서 사냥하도록 참매가 길들여진 탓이라고 말한다.

글쓴이는 우포늪에 살면서도 새둥지를 따로 찾거나 들여다 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아침과 해질 무렵 모니터링을 위해 걸으면 눈에 둥지가 보이기도 하지만 애써 외면한다. 잘못하여 새 둥지를 건드리면 십중팔구 어린 생명들이 포식자들에게 습격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둥지를 볼 일이 있으면 먼 곳에서 망원경으로 보는 일이 전부다.

걱정스러운 것은 부엉듬의 수리부엉이 둥지와 여름철 물꿩이 우포에 나타나면, 극성스런 사진촬영가 때문에 그들이 자식들을 기르기가 너무 힘들다는 사실이다. 제발 거리를 두고서 관찰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이인식(우포늪따오기복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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