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 장수·인사말 난무한 특산물 행사보단, 생산자 정보화 교육·판로개척 지원 필요

이불을 뒤집어쓰고 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어린 아이들은 친구들과 혹은 형제끼리, 성인은?

암튼 이불을 뒤집어쓰고 놀이를 하는 이유는 누가 들을까봐, 볼까봐 몰래 하는 짓거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11월 2일 개최하는 창원단감축제를 앞두고 이 축제를 총괄하는 창원단감축제제전위원장인 김순재 창원동읍농협조합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요즘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가지고 수박축제다, 인삼축제다 하면서 온갖 축제를 하고 11월 2일에는 창원의 동읍과 바로 그 이웃에 있는 김해시 진영에서 동시에 단감축제를 하는데, 창원단감축제 예산이 1억 6000만 원이고, 진영단감축제 예산이 2억 6000만 원 정도인데 창원에서 생산되는 단감이 진영에서 생산되는 단감 수확량의 세배 정도임을 감안하면 행사비용의 균형 면에서도 웃기는 이야기이고, 축제 예산의 대부분이 가수, 풍물패 초청하여 흥청망청하는 비용인데 과연 이런 짓거리가 농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입니다.

창원에서 생산되는 단감의 40%는 수도권에서 소비되는데 창원에서 단감축제를 한답시고 해본들, 아닌 말로 이불 뒤집어쓰고 그 속에서 깨춤을 추든 만세삼창을 외치든 말든 정작 단감을 소비하는 수도권이나 바깥의 사람들 중 누가 관심을 가지겠느냐며 지금의 축제행태에 대하여 몹시 못마땅해 했습니다.

창원 단감축제 모습.

◇ 창원은 공원도시인 줄만 알지 대한민국 단감 60% 주산지인 줄은 모르는 현실

김순재 조합장은 "지금 OECD 선진국들은 3·4·5차 산업도 강하지만 농업 역시도 강국인데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농업을 지나치게 경시해버렸기에 농촌이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고, 농사짓는 농민들은 노동밖에 모른다"며 "모난 돌에 정 맞는다고 그저 국가에서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하다 보니 스스로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살다보니 고생만 하고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 받고 있으니 웃기는 이야기다"며 소리를 높였습니다.

덧붙여 그는 "창원시만 하더라도 '단감' 하면 모두가 '진영단감'만 알았지 창원시가 진영보다 단감을 3배로 많이 생산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고 했습니다. "공업도시 창원에서 무슨 단감을 생산하느냐" 할 정도로 창원단감을 브랜드화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창원에 사는 우리도 창원단감이 진영단감보다 생산량이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인구 천만의 서울시면적이 605.25㎢, 인구 백만의 창원시 면적이 736.34㎢ 이고 보면 창원시 극히 일부의 도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농토임에도 창원시가 모두 공업도시인 양 착각하고 살아왔다는 점도 깨달았습니다.

◇ 정보화 시대에 뒤처진 창원시 농정당국

사람들의 인식이 이러하니 창원시 행정도 인구가 밀집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도심과 기업들에만 신경을 쓰고 농업행정에 대해서는 소홀히 다뤄 왔습니다. 그 예로 내 고향인 남해군 지족리 갯마을과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창원시 귀산동 갯마을이 그렇습니다.

남해군의 갯마을에는 1990년대부터 정보화마을로 지정하여 마을에는 마을회관과 별도로 정보화 교육장을 지어 이곳에서 60~70대 노인들에게도 인터넷을 교육해 남해의 특산물인 유자, 마늘을 비롯해 바다에서 생산되는 죽방렴 멸치와 굴을 인터넷을 통해 직거래를 하기도 하고, 죽방렴과 갯벌을 체험장으로 운영하면서 마을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예산도 풍부하고 인근에 도심을 끼고 있는 창원시 귀산동은 마산인근에 살던 사람이면 '구실포도' 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던 곳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포도밭이 참다래 밭으로 변하고, 참다래 생산량이 경남에서 제일 많음에도 귀산동의 농가 중에서 이를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농가는 단 한 농가도 없을 정도로 정보화에 뒤처져 있습니다.

텅 빈 관객석.

◇ 특산물 축제를 정치인보다는 생산자를 위한 축제로

김순재 조합장이 주장하는 바는 대체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농가소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단감축제 같은 것을 하기보다는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농산물의 판로개척을 위한 홍보에 예산지원을 하는 것이 정부와 농협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팸투어 일정에 따라 단감축제장을 찾았지만 가보니 역시나였습니다.

정체가 모호한 체험장,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는 포장마차, 엿을 파는 각설이 등등….

그리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차림새로 보아 외지인은 없고 모두가 그 주변에 사는 농민들이고 아이들 몇몇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행사장을 한 바퀴 돌고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먹거리 장터에 블로거 몇몇이 막걸리 한 잔을 하면서 홍보용 소책자를 보니 이불 뒤집어쓰고 오만 짓거리 하는 지역특산물 축제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다름 아니라 소책자 첫머리에 나오는 격려사, 축사를 하는 인물이 시장, 국회의원, 시의원 정치인이 무려 9명이나 되었습니다. 행사장에서 따분한 축사를 듣고 있을 참가인들의 심정을 여러분도 이해하시겠지요?

단감축제는 결국 농민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단감을 빌미로 사람들 모아 축사를 하는 이들을 위한 행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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