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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는 가을 우포늪으로 초대합니다

[지금 우포늪에 오시면] (32) 우포에서 보내는 편지

노용호(창녕군 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webmaster@idomin.com 2013년 10월 15일 화요일

가을이라 아침과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합니다. 가을이 되니 겨울이 금방 올 것 같아 1년이 다 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가을엔 연한 녹색의 봄과 더운 여름보다 편지를 더 쓰고 싶어집니다. 우포늪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우포늪의 이런 저런 소식을 담은 편지를 보냅니다.

우포늪을 찾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우포늪의 사계절 중 어느 때가 가장 좋죠?"와 "우포늪의 어느 장면이 가장 아름다운가요?"입니다.

글을 읽으시는 귀하께서 우포늪에 오셨다면 방문하신 그날 보신 정경 중 어떤 경치가 아름다웠던가요? 그리고 우포늪의 어떤 계절의 경치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나라에서 경치가 좋기로 이름난 산이나 계곡을 가면 그 지역 이름을 가진 구곡이 제법 있습니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엔 충북 괴산군의 충청도양반길이 소개되었는데 그곳엔 우암 송시열 선생이 지은 화양구곡과 퇴계 이황 선생이 선정한 선유구곡 등이 있답니다. 우리나라의 구곡은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인 주자가 무이산에 있는 9개 계곡을 선정해 무이구곡(武夷九曲)이라 하고 시를 지어 바위에 새겼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우포늪엔 아름다운 여덟 곳을 선정한 '우포늪의 8경(景)'이 있습니다. 우포늪 주위의 단체에서 근무하던 한 분이 만든 8곳 풍경입니다. 그 8경은 왕버들수림, 늪반딧불이축제, 물풀의 융단, 기러기의 비상, 가시연꽃, 고니의 사랑, 장대나룻배, 별자리 이야기입니다.

   
  새벽 물안개 낀 우포늪 모습.  

◇우포늪 10경

우포늪 8경이 선정된 후 10여 년이 지났고, 최근 8경에는 언급되지 못했지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 불리는 우포늪의 새벽 물안개와 비 내리는 날의 우포, 석양의 우포늪을 추가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포늪을 자주 찾는 분들이 정말 아름답다고 이야기하고 저도 보고 감동한 새벽 물안개를 포함한 우포늪 10경이 어떤 경치일까 궁금하여 알아 보았습니다.

우포늪에서 13년째 사진을 찍으면서 거의 매일 가는 전문 전업 사진 작가님, 우포늪을 자주 찾고 방문객들에게 우포늪을 해설하시는 해설사들, 우포늪을 자주 찾는 경남 지역 해설사 분들 등 22명에게 우포늪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1곳과 9곳의 경치 등 우포늪 10경을 표시해 달라고 작은 설문지를 통해 알아보았던 것입니다. 조사 결과 우포늪의 최고 풍경 제1경은 역시 새벽 물안개였습니다. 설문에 참가했던 22명 중 8명이 선정해 1위였습니다. 선정된 우포늪 10경은 새벽 물안개, 비 오는 우포늪, 석양, 배 타는 주민, 왕버들군락, 겨울 철새, 가시연꽃, 물풀의 융단, 반딧불이 그리고 별자리였습니다.

관동팔경 등 우리나라의 많은 팔경과 구곡 등이 개인 한 사람이 선정한 것과는 달리, 우포와 관련하여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우포 10경을 선정한 것이죠. 이번 가을엔 우포의 제1경으로 치는 새벽 물안개를 포함한 우포늪 10경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새벽 물안개는 대개 10월 말부터 11월까지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시면 아름답고 걷기에도 좋은 가을의 '우포늪 생명길'에서 철새와 이름 모를 풀들 등 많은 생명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자신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색의 시간도 되기를 바랍니다.

우포늪의 멋있는 풍경 중의 하나가 밤에만 볼 수 있는 반딧불이입니다. 반딧불이는 몸길이 1.2cm 정도로 봄에서 가을까지 활동하는데 배에 두세 마디 빛을 내는 발광기가 있습니다. 노래로 유명한 개똥벌레의 다른 이름이죠. 반딧불이는 번식과 보호를 위해 신호로 빛을 냅니다.

반딧불이는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로 나뉘는데, 우포의 반딧불이는 늦반딧불이입니다. 올해는 9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대대제방 부근, 주매와 사지포 인근마을 등에서 많이 보였고 반딧불이 보기 행사도 열렸습니다. 유치원 학생들과 초등학생, 도시 성인들, 어린 시절 보았지만 최근엔 보지 못한 사람 등 많은 이들이 감탄을 보내며 새로운 경험을 즐겼습니다.

해설과 안내를 맡은 활동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우연히 암컷 한 마리를 잡아 들고 있다가 잠시 후 수컷 한 마리를 또 잡게 되었답니다. 두 손으로 들고 있기 무엇해서 수컷을 암컷이 있는 오른손에 옮기고 조금 뒤 혹시 죽었나 하고 궁금해 내려다보니 두 마리가 그곳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었답니다. "제 손이 침대가 되어 버렸더군요"라며 웃었습니다. 반딧불이의 번식 본능을 전해준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11월 중순 국회의사당의 헌정기념관에서 한자녀 더갖기운동연합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생태춤을 추도록 요청받았습니다. 생태춤 중에서 곤충과 거미 그리고 뿔논병아리 등의 구애춤이 생명의 탄생과 관련이 많이 있습니다. 인구가 곧 국력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노후 복지에도 도움을 줄 사람들이라 한 자녀 더 갖기 행사에 참석해 보고 싶습니다.

새벽에 우포늪을 걷다가 만나는 분들은 우포늪에 정말 관심이 많고 매우 부지런한 분들입니다. 우포의 새벽을 보고 걷기 위해 오신 한 분은 밤중에 고개만 들면 별인데 그 여유를 못 누린다고 아쉬워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빨리빨리 또 여유 없이 살아가는 자신을 아쉬워합니다. 부지런하고 별에 대한 관심은 물론 행동이 함께할 때 가능한 의미있는 일이지요.

   
  새벽 이슬을 맞은 거미줄.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

우포늪에서 만난 지렁이들이 땅에 남긴 몸짓이 자연이 만들어 준 예술작품임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는데, 며칠 전 본 새벽 이슬 맞은 거미집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거미집으로 보는 세상, 거미가 바라보는 우리들 인간의 삶은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잠시나마 해봅니다. 거미가 살기 위해 바둥대는 것이나 우리 한국인들이 빨리빨리 살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이나 별반 다름 없는 삶은 아닐는지요?

겨울철새들이 우포늪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이미 9월 중순에 기러기류와 오리들이 왔습니다. 우포늪엔 기러기가 30마리 정도이고 오리류가 400여 마리나 왔다고 합니다. 조만간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그들의 선조 새들이 했던 것처럼 오고 갈 것입니다. 그들이 오는 것을 생각하니 곧 겨울이 되고 올 한해가 다 가는 것 같습니다.

새벽 물안개가 아름다운 가을의 우포늪이 다가옵니다. 우포늪 생명길을 조용히 걸으며 올 한해를 돌아보고 남은 시간들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이곳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노용호(창녕군 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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