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남은행 예비입찰 투자의향서 제출 마감…기업은행 참여 변수될까?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첫 단추인 경남은행 매각이 본궤도에 오른다. 지난 7월 매각 공고 후 투자자들에게 홍보가 됐고, 이제 입찰 과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예비입찰 투자의향서 제출 마감은 23일 오후 5시다.

앞으로 예비실사를 거쳐 복수의 인수 후보를 정하고, 본입찰에서는 경남은행 매각가 산정과 기업가치 평가 등을 거치고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연말 안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지만, 변동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각 주체 전략은? = 최종 인수자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경남은행 지분 56.97% 전량을 인수하게 된다. 지역 상공인 등으로 꾸려진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 부산은행 주축의 BS금융지주, 대구은행 주축의 DGB금융지주 등이 비밀유지확약서를 쓰고 예비입찰 안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도 최근 참여를 선언했다. 유효 경쟁이 성립해 금융당국도 매각 성사 여부에는 한시름 놓게 됐다. 각 주체는 저마다 인수 당위성을 밝혀왔다. 이들은 예비입찰 서류에 참여 배경과 자금 조달 계획 등을 담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경남은행지부 김병욱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경남은행 인수와 관련해 지난 17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신텍타워 6층 기업은행 부산·경남지역본부를 항의 방문했다. 이날 김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기업은행 이기국 부산·경남지역본부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한 후 은행을 빠져나오고 있다. /박일호 기자

경남·울산 상공인 중심의 경남은행 인수추진위는 트루벤인베스트먼트와 자베즈파트너스가 공동 운영사인 사모펀드(PEF·소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와 함께 '경은사랑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 인수추진위는 "970여 개 업체에서 1조 원이 넘는 투자의향을 나타냈다"며 "지역자본과 사모펀드를 합하면 경남은행 인수 자금은 충분하고, 금융당국의 우려를 고려해 과도한 지역자본 참여가 아니라 적정선에서 투자 금액을 오히려 조율하는 실정이다. 지역환원을 위한 애향심과 경남은행 투자 메리트가 합쳐진 결과"라고 밝혔다.

BS금융은 조건부 지역환원 지지라는 입장을 내놓아 논란이 됐다. 경남은행이 독자생존하면 협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역 금융산업 보호를 위해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경남에선 "매각 절차를 모르고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DGB금융도 지역 금융산업 발전이 명목이다. 별다른 입장을 내비치지 않았지만, 경남은행과 동시에 매각 중인 광주은행에도 인수 뜻을 밝힌 상황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 확대를 내세웠다. 지난 17일 경남은행 노조의 항의방문에 기업은행 부산·경남지역본부 이기국 본부장은 "지역 중소기업을 위하고 국가 경제를 위한다는 큰 뜻에서 경남은행과 기업은행이 같이할 수 있다"며 "무엇이 지역을 위한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지방은행의 경쟁 구도가 좋은지 기업이나 지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최고가 원칙 이외에 지역 기여도, 금융산업 발전 기여도 등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아직 구성이 안 됐으나 정부와 민간 위원 8명으로 꾸려질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평가 항목과 공표 시기 등을 논의하게 된다.

◇'기업은행' 변수 = 3파전이던 경남은행 인수 경쟁에 기업은행의 참여는 전체 판을 흔들고 있다. 경남은행 인수에 주력하던 BS금융은 DGB금융처럼 광주은행 인수에도 뛰어들어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기업은행 참여가 매각가를 높이려는 수단인지, 영남 정치권 싸움에 책임을 피할 방법인지는 확실치 않다. 증권가나 금융계에도 기업은행이 시중은행 들러리일지 유력 인수자일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국책은행이 정부와 교감없이 나서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또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지주사 주식을 처분할 때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 발전 등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은행이 인수자가 되면, 금융당국이 법에 명시된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남은행 노조 김병욱 위원장은 "기업은행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지방은행의 설립 목적을 알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국책은행의 인수는 민영화를 가장한 국유화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2011년 정책금융공사가 대주주인 KDB금융지주(산업은행)가 민영화를 준비하던 중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다 정치권 반대로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예가 있다. 기업은행은 2007년부터 민영화를 추진해오다 최근 정부가 이를 중단하고 지배 지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의 인수가 민영화 취지와 맞지 않다는 증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경남은행지부 김병욱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경남은행 인수와 관련해 지난 17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신텍타워 6층 기업은행 부산·경남지역본부를 항의 방문했다. 이날 김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기업은행 이기국 부산·경남지역본부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한 후 은행을 빠져나오고 있다. /박일호 기자

아울러 경남은행 노조와 인수추진위 등은 "기업은행은 인수의 주된 목적이 여신 운용보다 수신자금 조달이므로 지역자금 유출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여신 확대는 서민금융 소외를 낳을 수 있다. 기업은행의 경남은행 인수로 독점시장이 형성된다면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기업은행은 '3년 투 뱅크(Two Bank) 운영 후 통합', '경남은행 인수 후 기업 가치를 높여 함께 민영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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