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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작은 불편부터 사회문제까지 조례로 가능

조례 만드는 사람들 (10) 현실 개선하는 강력한 도구 '조례'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13년 09월 03일 화요일

"지난 5개월 동안 경남 전역을 돌며 2만 5875명에게 서명을 받았습니다. 경남도는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정책을 밝혔지만 지원 대상과 범위에서 형평성 문제가 있어 주민 발의 조례로 그 부족함을 채우고자 합니다."

2009년 2월 26일 경남등록금네트워크와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이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지를 경남도에 냈다.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조례'는 애초 2008년 5월 경남등록금네트워크가 경남도의회에 제정을 청원했다. 도의회는 이 청원을 채택해 경남도로 넘겼다. 하지만, 경남도는 예산 확보가 어렵다며 조례 제정을 거부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한 반발 분위기에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이 힘을 보태면서 시작된 게 주민발의 논의다. 2008년 10월 시작한 서명운동은 5개월 만에 2만 5875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낸다.

경남도는 2009년 3월 '경상남도 대학생 학자금 이자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회로 넘긴다. 조례는 4월 268회 회기 2차 본회의에서 수정 가결된다.

경남에서 처음 제정한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는 당시 '반값 등록금' 이슈와 더불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조례는 '도의회 청원 조례 1호'라는 기록도 남긴다.

   
  조례는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개선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이승환 기자  

◇훌륭한 조례란? = "일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생활과 관련된 조례가 좋습니다. 예산 지원 등 실현 가능성이 클수록 훌륭하지요."(심규환 의원)

"주민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들어 제대로 담아내는 조례가 좋을 것 같습니다."(이종엽 의원)

"법률이 미치지 못하는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조례를 보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합니다."(박종수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공공성 있는 요구를 구체적으로 담아내고 체감할 수 있는 조례, 행정적 집행이 효율적인 조례가 좋습니다."(강성훈 의원)

"조례를 통해 혜택을 보는 대상이 뚜렷해야 합니다. 공공성이 분명하고 다수에게 이익이 돼야 하며 지속 가능한 조례가 만들어져야죠."(여영국 의원)

의원이 말하는 '훌륭한 조례' 요건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주민 다수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되는 실효성 있는 조례다. 이를 뒤집어 얘기하면 두 가지 조건만 만족한다면 일단 의원이 적극적으로 조례 제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된다. 즉, 내가 일상에서 겪는 불편이 우리 문제가 되고 나아가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면 이는 조례로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다. 게다가 그 해결책이 예산 부담마저 덜한다면 조례 제정까지 벽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런 사안이 있어 제안을 한다면 이를 반기고 고마워할 쪽은 조례를 만드는 의원이다.

◇우리 민원을 조례로 해결? = 주민에게 조례가 제정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심규환 의원이 정리한 '선심성'과 '정책성' 행정 차이에서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심 의원은 '선심성'과 '정책성' 차이를 조례 근거 여부로 선을 그었다. 자치단체장이 마음대로 집행하면 '선심성'이고 조례를 근거로 집행하면 '정책성' 행정이 된다는 것이다. 조례를 통해 집행부 행정이 지방의회 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례가 지닌 힘은 여기서 나온다. 만약 동네 놀이터에 아이들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하고 싶다고 하자. 민원을 모아 행정기관장에게 부탁을 한다. 그 민원은 들어줄 수도 있고 예산이나 형평성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민원을 더 제기할 수는 있어도 행정을 강제할 힘은 주민에게 없다.

그러나 절차를 거쳐 '경상남도 어린이 놀이터 CCTV 설치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고 하자. 그때부터 기관에서 일을 대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조례를 근거로 해당 기관은 예산을 책정해야 하며 사업을 집행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사업 책임자'가 생긴다. 집행한 사업은 다시 경남도의회 감사 대상이 된다. 행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 사업 담당자와 기관 책임자는 당연히 문책을 받는다. 조례 즉, 법이 지닌 위력은 집행을 강제할 수 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조례는 주민의 도구 = 8월 한 달은 도의회 휴회기였다. 그동안 경남도의회는 건물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의회만 방학이었을 뿐 의원은 더욱 분주했다. 의회 일정 때문에 챙기지 못했던 지역 일정을 집중적으로 소화했다. 내년 지방선거는 어느덧 9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하반기 첫 의회는 오는 5~12일까지 진행된다.

"하반기 의회 일정 메일로 보냈습니다."

경남도의회 총무담당관실 관계자가 알렸다. 9월 임시회에서 심사하는 의원 발의 조례안은 모두 5건이다. △경상남도 국어 진흥 조례안(대표 발의 양해영 의원) △경상남도 성별영향분석평가 조례안(강성훈 의원) △경상남도 새마을운동 지원 조례안(이성용 의원) △경상남도 영유아 보육지원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임경숙 의원) △경상남도 마을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조우성 의원) 등이다.

이 가운데 '국어 진흥 조례안', '성별영향분석평가 조례안', '영유아 보육지원조례 개정안' 등은 문화복지위원회에서 심사한다. '새마을운동 지원 조례안'은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심사하며 '마을 만들기 지원 조례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지정을 논의하고 있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조례는 지역 주민 일상에 강력하게 개입하는 장치다. 이 장치는 주민에게 매우 유용한 도구이며 그렇기에 가까운 것이 돼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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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기자

    • 이승환 기자
  • 2017년 1월부터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일을 맡았습니다. 상담은 010-3593-5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