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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조례, 상임위 통과하면 이후 일사천리

조례를 만드는 사람들 (6) 상임위원회 그리고 의장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13년 08월 28일 수요일

조례를 두고 여야 의원이 공개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토론하는 장은 상임위원회다. 경남도의회는 △의회운영위원회 △기획행정위원회 △교육위원회 △농해양수산위원회 △경제환경위원회 △건설소방위원회 △문화복지위원회 등 7개 상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특성을 고려해 상임위원회에 넘어가고, 상임위원회는 본회의에 넘기기 전까지 조례안을 심사한다. 상임위원회가 공개적이라는 것은 경남도의회 홈페이지(www.gncl.or.kr)에 접속하면 누구나 회의를 생방송 또는 '다시 보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본회의도 같은 방법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은밀하다고 한 것은 회의 중 화면으로 공개되지 않는 '간담회' 때문이다. 회의 중 상임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면서 시작되는 간담회는 주로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실에서 진행된다. 공개 토론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쟁점 현안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서로 '양보'를 거듭하며 정리되곤 한다.

◇상임위원회만 통과하면… = 9대 경남도의회에서 의원 발의 조례안을 가장 많이 심사한 상임위원회는 문화복지위원회(27건)다. 지방의회에서 문화·복지가 중요한 관심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기획행정위원회가 19건으로 뒤를 잇는다. 기획행정위원회는 경남 도정과 관련된 조례를 다루므로 발의 건수가 많다. 경제환경위원회와 건설소방위원회, 의회운영위원회가 심사한 조례안이 13건이다.

웬만한 조례안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9분 능선을 넘는다고 보면 된다. 단순하게 모든 조례안 심사를 본회의에서 할 수 없어서 심사 기능을 상임위원회로 넘겼다고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본회의는 조례안을 이미 충분하게 검토했다고 보고 이를 확인하는 절차다. 본회의에서 이를 뒤집는 것은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해석 탓에 금기시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상임위원회 가결 안건이 본회의에서 막히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그 드문 사례가 2011년 6월 임시회 본회의에서 있었다. 기획행정위원회를 통과한 '공유재산관리변경안'을 본회의에서 심의 보류한 것이다. 당시 반대 토론자로 나선 이가 김해연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이 문제로 삼은 것은 김해관광유통단지 처분 관련 내용이었다. 김 전 의원은 경남도 재산이 헐값으로 기업에 넘어가게 됐다며 본회의 처리를 막았다. 결국, 이 의안은 올해 5월 임시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처럼 드문 사례만 빼면 조례 제정 과정에서 대부분 논의는 상임위원회에서 매듭짓는다고 보면 된다.

상임위원회를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기구가 있다. 바로 상임위원회마다 있는 전문위원실이다. 전문위원실은 앞서 소개한 입법지원실만큼 눈에 띄지 않으면서 조례 제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기구다. 경남도의회가 입법지원실을 운영하기 전에는 입법 지원 업무, 즉 조례 초안 작성까지 전문위원실 몫이었다. 지금은 해당 상임위원회 의원 활동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비롯해 위원 의견을 모아 최종 조례안을 작성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례안에 대한 유권 해석, 문구 조정, 타당성 등을 검토한다.

   
  조례 제정 과정에서 직권 상정·심의 보류 등 의장 권한은 막강하다. /경남도민일보 DB  

◇의장의 권한 = 지난 3월 14일 통합진보당 김미희(경기 성남 중원) 의원이 경남도의회 의장실을 찾았다. 김오영 의장은 이날 본회의 의사 진행을 부의장에게 맡기고 김 의원을 맞았다.

"경남 도민 65%가 반대하는 진주의료원 폐쇄를 도의회에서 막아주십시오."

"도민 의견을 모아 전체 이익을 생각하는 게 도의회 역할입니다. 결과적으로 의회가 잘했다는 얘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의장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역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더 많은 조언을 듣겠습니다."

4월 12일 문화복지위원회 여당 의원이 조례 개정안을 물리력을 동원해 처리하면서 도의회 주변은 더욱 긴박해졌다. 야당 의원이 본회의장을 점거하면서 김오영 의장을 찾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다. 조례 처리를 반대하는 쪽이든 찬성하는 쪽이든 얘기 주제는 하나로 몰렸다. 의장 고유 권한인 '직권 상정'이다. 직권 상정은 상임위원회 심사, 의안 보고 등 통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의장이 의안을 상정해 의결할 수 있는 권한이다.

"직권 상정요? 안 할 겁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직권 상정해서 뭐가 남겠습니까? 질서유지권요? 저렇게 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게 결코 도민에게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버틸수록 손해 아닙니까?"

김 의장은 자신감 있게 인터뷰했다. 그리고 다른 한쪽으로는 오가는 기자들에게 여야 타협점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곤 했다.

"도의회가 이렇게 돌아가서는 안 되지요. 야당도 나올 명분이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여당 자존심도 생각해야 하고. 개정안을 상정하되 2개월 심의 보류하면 서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상정하고 여당 의원이 표결 요구하면 어떻게 됩니까?"

"직권 상정처럼 심의 보류도 의장 권한입니다."

이 제안을 야당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2개월 심의 보류면 충분하다는 제안엔 공감했지만 의장 말만 믿고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여야 대치로 4월 임시회는 두 차례 유회된다.

진주의료원 조례 개정안은 결국 6월 임시회에서 여당 의원이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 처리된다. 이에 앞서 김오영 의장은 5월 임시회에서 여당 반대를 무릅쓰고 조례 개정안을 상정만 한 채 심의 보류한다. 애초에 김 의장이 언급했던 '2개월 심의 보류' 제안은 여야 대치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지켜진다.

진주의료원 조례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직권 상정, 질서유지권, 심의 보류 등 의장 권한은 유난히 자주 언급됐다. 이처럼 조례 처리 과정만 놓고 보더라도 도의회 수장인 의장 권한은 상당하다. 지방자치법은 의안을 처리하는 본회의 개회와 폐회 그리고 의회 운영 전반에 대한 권한 상당 부분을 의장에게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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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1월부터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일을 맡았습니다. 상담은 010-3593-5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