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벌노랑이

시원한 소나기 한 줄기가 그리워지는 한낮입니다. 장마는 계속되고 있지만 비는 중부에서만 오락가락하고 남부는 고온다습의 눅눅함과 뜨거운 열기 때문에 산들의 나무들도 모두 축축 처집니다. 장마 끝나고 피는 여름 꽃들은 아직 피지 않았고 숲은 진초록의 무성한 열기로 가득 찼습니다. 나무그늘 아래까지 훅훅 끼쳐오는 열기와 습기 때문에 거리도 숲도 지쳐 있는데 유독 도롯가 뙤약볕 아래 샛노랗게 피어 흔들리는 꽃무리들이 생기를 돋웁니다. 요즘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리면서 도롯가 언덕에 노랗게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들 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갑자기 어디서 나와 저렇게 노란 꽃언덕을 만들었나 궁금하실 텐데요. 아마 나라가 조경녹화 시책으로 도롯가 절개지 언덕에 조성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바로 콩과의 벌노랑이꽃인데요. 메마른 박토에서도 잘 자라며 여러해살이 풀이라 한 번 조성해 놓으면 해마다 꽃을 볼 수 있어 도로변 조경에 더 없이 좋은 품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원래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로 가축사료나 퇴비용으로 애용되었으며 토종화된 벌노랑이는 주로 해변이나 밭둑, 도롯가 언덕 모래땅 같은 곳에서 토끼풀처럼 무리지어서 피는 꽃입니다. 요즘에 와서 전국의 고속도로변을 가득 메우고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참 좋은 품종을 선택했구나 싶었습니다.

벌노랑이.

이 벌노랑이는 아무 데서나 잘 자랄 뿐만 아니라 번식도 씨앗을 뿌려도 되지만 삽목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정원이나 공원, 동네길 조경에도 좋습니다. 노랗게 피어 있는 꽃모양이 나비 같기도 하지만 잘 보면 벌이 날아 앉은 모양을 띠기도 하여 '벌노랑이'라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9월에 꽃이 지고 작은 콩모양의 씨앗을 맺는다고 '노랑돌콩'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현재 도롯가 언덕에 피어 있는 꽃들은 대개 '미국벌노랑이'입니다. 토종화된 벌노랑이는 줄기를 옆으로 뻗어가며 낮게 피고, 꽃송이도 두세 송이 모여 피지만, '미국벌노랑이'는 줄기가 곧추서고 키가 크며, 꽃송이가 대여섯 개 돌려서 모여 핍니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뿌리를 '백맥초'라 하여 해열제·강장제로 주로 쓰며 전초는 지갈·치열·양기 부족·인후염·대장염·이질·혈변 등 염증을 치료하는 데도 많이 씁니다. 어린순은 물론 나물로 쓸 수 있으며, 꽃피기 전 5~6월에 부드러운 전초를 채취하여 말려서 약으로 씁니다. 담금주로 하여 쓰기도 하나 주로 달여서 복용합니다.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떠나는 계절입니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 소식에 바다가 두려운 사람들이 늘어난다는데요. 산 숲 계곡으로 떠나시는 분들, 올 휴가에는 그 곳에 살고 있는 온갖 생명들의 안위도 보살피고 함께 공생하는 지혜를 하나씩 얻어서 돌아오면 어떨까 싶습니다. 바다도 산도 안전한 곳이 없다고 걱정만 하면서 그곳으로 들어가 그들의 생명살이를 마구 해치고 몸에 좋다고 분별 없이 채취해 오는 일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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