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미래는 비관적이다. 시장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 한계에 이르렀고 사양 산업으로 '도태'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시장논리에 따르면 예술은 잉여가치다. 그래서 시장논리를 앞세워 그냥 망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경남의 도지사가 보궐선거에 당선되고 문화에 구조조정이라는 낱말을 썼던 것도 그놈의 시장논리로 보면 일견 이해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집결지는 서울이다. 대부분 공연과 예술마당이 밀집해 있고, 유명 문화예술인 대부분이 몰려 있다. 지식과 커피와 물건이 몰려 있고, 온갖 문고들과 프랜차이즈 커피숍 등이 밀집해 있고, 전국 스타벅스 매장의 절반가량이 서울에 있다.

문화예술 환경이 서울에 집중되다보니 반면에 지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은 문화환경 개선이라고 하지 않는가!

존경하는 다산 정약용 선생조차 아들들에게 "조선은 서울 문 밖에서 몇 십리만 떨어져도 원시사회다. 서울 산비탈에라도 셋집을 내서 살아야 한다. 그 한복판에 들어갈 수 없다면 잠시 근교에 살면서 재산을 늘린 뒤 들어가라"고 편지에 썼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우리나라 도시들 가운데 서울이야말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경남의 문화예술 환경은 여전히 비관적인가? 어리석은 질문만큼 비관적이다. 집권당의 당대표를 지내다 낙향하여 보궐선거에 당선되신 지사께서 하필 경남 문화예술에 구조조정의 칼을 들어대지 않아도, 이미 올해 지역 문화예산은 대부분 반 토막 나 있었다.

겨우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경남문화재단이 진흥원으로 바뀐들 무엇이 달라질까? 당대표의 이력으로 뭐라도 가져올 줄 알았지만 달라진 것은 삼엄한 도청 경계와 도민들을 향한 엄한 꾸지람이다. 수도권 외에는 원시사회다, 라고 하신 다산의 말씀처럼 결국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역균형발전은 구호일 뿐인 것이다.

인류가 놀고 즐기기 위해 만든 문화산업의 기반은 노는 것이다. 노는 게 때로는 "건전하지 못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방이 균형발전하기 위해서는 잘 놀아야 한다.

인류에게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영역이 인문과 예술 분야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선거 때마다 난리였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투자는 늘 구호에 그치거나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쓰고 난 나머지의 가치. 수많은 실업자와 취업 준비생들이 스스로 잉여라고 생각하는 시대.

'잉여'들이 행복해야 국가 경쟁력도 생기고, 문화 다양성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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