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111) 새들의 생존전략

아프리카 사바나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나름의 전략을 가진다. 고양잇과의 포식자는 자신의 몸을 숨겨 일시에 공격하여 먹잇감을 잡는 것이 일반적인데 사자는 가족의 협력을 통해서 먹이를 제압하기도 한다. 반면 갯과의 동물들은 상당한 지구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숨어서 일시에 먹잇감을 공격하는 방법보다는 집단의 개체들이 참여하여 지루한 마라톤을 통해서 먹이를 제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프링벅이나 누와 같은 초식동물들은 집단으로 행동하면서 덩치가 크고 힘이 강한 성숙한 개체들이 집단을 보호한다.

그렇다면 포식자에 대응하지 못하는 어린 개체는 어떠한가! 잘 아는 바와 같이 포식자들도 어린 시절에는 먹이사냥을 나가는 부모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보호색을 띠고 조용히 숲에 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초식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포식자로부터 도망을 쳐야 하기 때문에 탄생과 동시에 걷고 달릴 수 있다. 새들에게서도 전략은 이들과 별다르지 않다.

어릴 때 둥지에 있는 알을 꺼내 와서 삶아 먹었던 꿩이나 흰뺨검둥오리 같은 새들은 풀숲에 둥지를 만든다.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도록 풀숲에 둥지를 숨긴다.

만성성 조류 직박구리의 둥지와 알.

문제는 알에서 부화한 새끼다. 먹이를 찾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포식자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오릿과의 새들을 포함하여 땅위에 둥지를 트는 새들은 새끼가 부화하자마자 달릴 수 있다. 이러한 새들을 조성성(早成性) 조류라고 부른다. 조성성 조류의 특징은 알이 크다. 알이 크다는 것은 알 속에서 새끼는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아서 부화하자마자 달릴 수 있을 만큼 성장하고 혹독한 환경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깃털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사막의 초식동물은 보통 1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이것은 어미의 뱃속에서 충분히 영양을 공급받아야 태어나자마자 털이 나고 어미를 따라서 달릴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새끼를 많이 낳으면 영양 공급이 부족해서 새끼의 생존율은 한 마리보다 떨어진다.

조성성 조류는 땅에 둥지를 트는 반면 만성성(晩成性) 조류는 대부분 나무 위, 건물, 바위 틈 등과 같이 안전한 곳에 둥지를 만든다. 둥지는 최대한 포식자가 볼 수 없는 은폐된 공간에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성성 조류의 대표적인 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직박구리 등이다. 만성성 조류의 알은 비교적 작아서 새끼가 알 속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없어 부화하면 깃털이 거의 없으며 눈도 뜨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부모 새의 정성스런 보살핌이 필요하다. 깃털이 없어 체온이 떨어지는 밤이나 흐린 날은 새끼를 품어서 체온을 유지해야 하고 성장해서 둥지를 떠날 때 까지 먹이를 공급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람들은 어디에 속할까? 세상에 태어나서 독립할 때까지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하니 만성성에 가까울 것이다. 아마도 모든 지구상의 생물 중에서 가장 부모에 의지하는 것이 사람일 것이다.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이지만 독립에 있어서는 새들보다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신록이 짙어가는 6월. 시간을 내어 주변을 둘러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둥지를 떠난 어린 새들이 독립을 위해서 세상과 맞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찬우(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환경 이야기'는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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