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화장품 뷰티매니저 김명애 씨

'여성은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 영국의 유명한 작가가 남긴 말이다.

방문판매 전문 화장품 회사에서 뷰티매니저로 일하는 김명애(52·사진) 씨. 그녀도 그랬다.

결혼 후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녀.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업 위기로 자연스럽게 생업 전선에 뛰어들게 됐다. 공공근로, 반찬가게 일, 국민연금 홍보 등 여러 일을 했지만 방문판매가 제일 싫었다는 김명애 씨.

"영업 일이 맞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아마 두 아이가 없었다면 이렇게 죽기 살기로 일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땐 아이들도 초등학생이라 어렸고 집안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가릴 겨를도 없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사정이 좋아지면 그만두려고 했는데 이렇게 오래할 줄은 저도 몰랐네요."

39살에 일을 시작한 김 씨는 올해로 13년차 베테랑이다. 일을 시작할 때보다 집안 사정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일을 그만두지 않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일을 시작하고 잃은 것만큼 얻은 것도 많다고 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긍정적인 성격이긴 했지만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런데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지요. 그리고 힘들 땐 책을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얻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때 읽었던 책 내용이 다 제 재산이 돼 있더라고요."

반찬은 한 가지 안 사더라도 책은 꼭 사 읽었다는 김 씨. 읽어서 도움이 되고 힘이 나는 글귀는 컴퓨터로 출력해 고객들에게도 선물했다.

그런 세심한 배려들이 13년 동안 그녀가 롱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성격상 무조건 비싼 것을 권하지 못해요. 그래서 다른 동료들이 비싼 화장품을 한두 개 팔 때 저는 10종류가 넘는 화장품을 여러 군데에서 판매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를 믿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는 고객들도 많이 생겼지요. 그리고 제품만 좋고 설명만 잘한다고 영업이 되는 건 아니에요. 영업도 결국 사람들과 관계이기 때문에 정이 밑바탕이 돼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사소한 것이라도 고객 근황을 살피고, 샘플도 줄 수 있는 한 많이 주려고 해요."

그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 10년이 넘도록 김 씨만 찾는 단골들도 있다. 영업 노하우는 내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객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찾아주려는 마음이라고 했다.

지금은 똑 부러진 그녀도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일을 하면서 또 하나 얻은 것이 사람을 파악하는 능력이에요. 처음엔 사람을 볼 줄 몰라서 한 번에 70만 원을 떼인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과정을 다 겪고 7~8년차쯤 되니 그때부터는 고객들 눈빛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알겠더라고요. 지금 70만 원을 떼 간 그 사람을 봤다면 절대 제품을 먼저 주지 않았을 텐데. 그땐 제가 많이 어리숙했어요."

그렇게 오랜 연습으로 단단해진 그녀는 이제 전국 72개 지사 사원평가에서 7위를 할 정도로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방법은 성실이 제일이라고 했다.

"정말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했어요. 동료들이 아침조회가 끝나고 제가 사무실에 있으면 오늘은 왜 나가지 않느냐고 물어볼 정도니까요. 올해는 아이들 대학교 졸업식 때문에 지각을 했는데 그것 빼고는 13년 동안 지각 한 번 하지 않았어요. 묵묵히 열심히 일하니까 실적도 자연스럽게 좋아졌지요. 회사는 인간성보다는 일이 먼저예요."

그녀의 남은 목표는 전국 사원평가 3위 안에 들어 부상으로 자동차를 받는 것이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어느덧 반듯하게 자라 대학도 졸업하고, 취업도 했다.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는 김 씨. 방문판매 일에 정년은 없지만 앞으로 딱 8년만 더 일을 하겠다고 했다.

"아직 몸이 건강하니 앞으로 8년 동안은 일을 더 하고 싶어요. 그리고 60세가 되면 대학에 갈 거예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배우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참 좋아했거든요. 특히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지금도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과 편지를 주고받고 있어요."

아이들과 가정을 위해 가장 싫어했던 영업 일에 뛰어들었고,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김명애 씨. 뭐니 뭐니 해도 일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그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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