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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 살리기는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도랑을 살리자 삶을 바꾸자] (38) 마지막회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3년 05월 23일 목요일

2011년 <경남도민일보>가 창간 12주년을 맞아 시작한 '도랑을 살리자, 삶을 바꾸자!' 기획을 일단락합니다. 부정기적으로 이어왔던 연속 기사는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도랑 살리기의 가치를 잊지 않고 지면에서 다른 형태의 기사로 채울 예정입니다. 애초에 '무한' 캠페인으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쓴 기사를 헤아려 보니 37회였습니다. 경남 곳곳에 다니면서 오염된 도랑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만, 처음 의지만큼 꼼꼼히 기록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날 도랑이 어떻게 버려졌는지 살펴봤고, 추억 속 옛 도랑의 모습을 복원하는 길을 찾으려고도 애썼습니다. 여기에 여러 사람이 함께했습니다. 환경단체, 지방자치단체, 지역 기업, 정부까지 힘을 보탰습니다. 무엇보다 도랑은 '힐링'을 거치면서 마을 사람들을 연결해줬습니다. 이웃과 함께 손을 맞잡고 도랑을 살리려 나섰던 주민이 주인공이었습니다. 그간의 취재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도랑에 대한 진단부터 치유까지 = 2만~3만 개. 경남지역 도랑의 현황은 이게 전부였다. 더욱이 하천법과 소하천정비법에서도 도랑에 대한 개념을 찾을 수 없었다. 경남발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도랑 살리기 네트워크 구축'과 '도랑 살리기 활성화를 위한 조례 제정'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도랑에 얽힌 추억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지금은 도랑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듯했다. 도시화로 도랑은 시골과 도심 가릴 것 없이 콘크리트로 덮이거나 바닥과 벽에 시멘트가 발려 말라버리고 온갖 쓰레기로 방치돼 있었다.

거제 해안 홍수 쓰레기 대란도 짚어봤다. 최상류 도랑부터 지저분하지 않으면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되는 이 사태는 보지 않을 수 있었다. 산을 깎아내 마산합포구 진전면 상촌마을 도랑이 훼손되는 현장도 보도했다. 과거 은어떼로 반짝였던 진해구 마천 도랑 역시 도로와 터널 공사에 포위된 채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여전히 많은 도랑이 이런 모습이다.

주민들이 이 상황을 각성하는 계기는 간단했다. 깨끗한 다른 마을 도랑을 보고 느끼는 것이었다. 이후 재활용품을 분리해 버리고 EM(유용 미생물) 세제와 비누를 쓰는 등 자연스레 실천으로 이어졌다.

도랑은 그냥 흐르지 않았다. 소와 여울로 생태계 순환을 돕고, 물길 복원은 그래서 중요했다. 아울러 물길만 봐서는 안 됐다. 물이 흐르는 주변과 물을 소비하는 모든 곳에서 도랑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도랑 살리기는 '유역' 개념으로 접근할 문제였다.

주민들과 환경단체, 지자체가 함께 치료한 도랑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김해시 한림면 인현마을 도랑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가재가 돌아온 감격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2011년 창원시 의창구 북면 신음마을은 민관 협력 도랑 살리기 운동의 '발원지'가 됐고, 북면 전체에서 마을 40곳 도랑 살리기를 통한 '신천 1급수 만들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한편에는 작은 실천이지만 산호천 생태지도를 그리는 등 마산여자고등학교 생태 환경탐사 동아리 '청미래'가 대안을 만들고 있었다.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는 통로 = 경남에서 분 도랑 살리기 바람은 낙동강을 타고 경북 포항과 상주 등에도 닿았다. 대통령 소속 기관인 사회통합위원회 경남지역협의회, 환경부 장관까지 관심을 보였다.

도랑 살리기는 이전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과도 비교됐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자명한 진리였고, 도랑 살리기는 4대 강 사업의 허상을 깼다. 이와 관련, 올해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90억 원을 들여 300개 도랑을 살리겠다는 충남도의 놀라운 계획도 듣게 됐다.

도랑은 이웃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도랑 살리기가 한때 뜸해졌던 마을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는 기회였다. 도랑 청소부터 물길 복원까지 주민이 함께하면서 마을 공동체도 무너질 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경남도민일보>가 도랑 살리기 캠페인을 벌인 것도 '소통망 같은 신문'을 만들려는 취지였다. 공공저널리즘 실천의 한 과정이었다. 시골 주민의 노력이 도시까지 전해져 감동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최용봉(73) 씨와 이상옥(47) 씨는 창원 성산구 집과 도랑 살리기가 진행된 북면 대한마을을 오가면서 텃밭을 가꿨다. 환경도 살리고 먹거리도 장만하는 일석이조 이상의 가치를 깨달아서였다. 이처럼 도랑 살리기는 농촌 사람과 도시 사람이 함께 해결할 문제다. 농촌 도랑이 강으로 흘러가 도시 주민의 먹는 물이 된다. 급속한 도시화로 많이 벌어진 농촌과 도시의 틈을 도랑 살리기를 통해 메울 수가 있다.

도랑 살리기를 하는 마을 이장과 지자체 관계자의 뜻은 확고했다. "우리 마을 살리기", "최종 목표는 공동체 복원". 요컨대 도랑 살리기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꾸는 길이었다. 경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국민 과제로 남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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