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 이런곳] 고성 탈 박물관

'고성오광대'로 유명한 고성. 고성읍 율대리에는 '고성탈박물관'이 있다. 이름에 걸맞게 탈 한 가지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탈 하나로 얼마나 다채로운 전시를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인류 역사와 거의 함께 시작한 탈 역시 다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탈 박물관은 한 번쯤 둘러볼 만하다.

2005년 준공한 탈박물관은 3층 건물로 총 면적 8712㎡이다. 1층에는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실이 있으며 2층은 체험실, 3층은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상설전시실에는 신석기 시대 조개탈을 비롯해 장례식 때 쓰는 방상시탈, 그리고 다양한 놀이에 쓰는 탈 등이 전시돼 있다. 특별전시실에서는 탈과 관련된 다양한 민속 문화나 지역 문화예술인들 기획전 등을 볼 수 있다.

   

탈 역사는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사냥을 하던 원시인들이 사냥 대상에 접근하고자 위장 수단으로 쓰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주술적 목적 그리고 종교의식, 연극 도구 등으로 쓰이며 점차 다양한 모양새로 발전하게 된다.

탈 박물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탈은 부산·강원도 등에서 출토된 유물로 미뤄 신석기 시대부터 쓰였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탈 형태를 제대로 갖춘 최초 유물로는 신라시대 '목심칠면'이 있다. 1946년 경주에서 나온 이 탈은 눈알이 유리로 돼 있고 눈 주변이 황금으로 장식돼 있다.

탈박물관에서는 △시대 △지역 △놀이 유형 등으로 분류된 한국 탈 300여 점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다른 나라에서 쓰는 다양한 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국가별로 240여 점을 전시하고 있으며 한국 탈을 보태면 탈박물관에 있는 탈 개수는 540여 점에 이른다.

   

탈은 그 목적과 기능이 다양하다. 농경사회에서는 일찍부터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는 행사를 주도하는 이가 탈을 사용했다. 또 흉년·질병 등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 이를 악귀가 저지르는 것으로 보던 옛사람들은 악귀를 쫓고자 탈을 쓰기도 했다. 장례식 때 쓰는 가면은 악령에게서 죽은 사람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며, 종교의식이나 축제 때도 사람들은 탈을 썼다.

탈박물관 관계자는 "원시 시대부터 널리 사용했던 탈은 가면극이나 무용 등 예술 분야로 넘어오면서 더 큰 발전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탈박물관이 고성에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에 있다. 고성오광대는 진주·사천·마산·통영과 더불어 그 흔적이 잘 남은 가면극이다.

   

공연은 다섯 과장으로 구성됐다. 제1과장 '문둥북춤'은 조상이 저지른 죄로 문둥이가 됐다는 상황을 중심으로 좌절과 절망을 신명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제2과장 '오광대놀이'는 서민을 대변하는 말뚝이를 내세워 양반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제3과장 '비비과장'은 짐승과 사람을 섞어 닮은 비비를 내세워 양반을 조롱하며 울분을 푸는 내용이다. 제4과장 '승무과장'에서는 서민들이 바라보는 종교를, 제5과장 '제밀주과장'에서는 처첩 관계에서 빚어지는 비극을 다뤘다.

탈박물관에서는 고성오광대는 물론 경남·부산지역에 전하는 가면극 유래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고성오광대가'가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과정, 그 과정에서 애를 쓴 사람들, 당시 자료와 사진 등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탈박물관은 또 관람객이 탈을 제작할 수 있는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30인 이상 단체면 예약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주말 프로그램이나 분기별로 진행하는 '어린이 민속교실'에 참가하면 된다.

탈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에서 만든 탈은 바로 건조되지 않기 때문에 완성된 작품은 나중에 택배로 각 가정에 보내준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일반인 2000원, 어린이·청소년·군인은 1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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