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 살리니 공동체도 살아나"…협동심·이해심 먼저 길러야

도랑 살리기의 주인공은 주민이다. 그 누구도 어떤 방법으로도 이 절대 원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 주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도랑 살리기의 성패를 좌우한다. 또, 중요한 것이 있다. 이 같은 주민 의지를 이끌어내는 역할이다.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마을 이장이다. 한 해 동안 만난 이장들의 이야기를 모아 정리해봤다.

도랑 살리기 운동을 벌이는 주민들에게는 '먹는 물'에 대한 걱정이 스며 있었다. 이는 도랑 살리기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일로 이어졌다. 김해시 생림면 사촌리 하사촌마을 하원식(56) 이장은 "우리 마을에서 흐르는 물이 북쪽에 있는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결국, 창암취수장, 매리취수장으로 가서 김해와 부산 시민들이 먹는 물이 된다"며 "취수장에서 강물을 정화하지만, 원천적으로 상류 물이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이 도랑 살리기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과거 쓰레기장으로 변했던 도랑을 한순간에 예전 모습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주민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습관을 바꾸면 언제든지 도랑은 원래대로 돌아오리라는 믿음도 있었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무곡리 신동마을 설광기(61) 이장은 "적어도 2~3년은 해야 주민들도 익숙해지고, 습관이 된다"는 말을 요즘도 되풀이한다.

   

이제 한 해 도랑 살리기를 마쳤지만,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체험이었다. 창원 북면 지개마을 이재복(56) 이장은 "도랑 속 작은 미생물까지도 지키고, 곡식도 그 도랑 물을 먹고 자라야 하니까 자연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느껴 가고 있다"면서 "견학이나 EM(유용 미생물군) 교육 등을 직접 체험해 보니까 알겠다. 도랑 살리기 사업도 진작에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랑 살리기를 통해 어느 순간 잃어버린 농촌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도 주민들은 잊지 않았다. 북면 외감마을 조영제(59) 이장은 "도시보다 생활이 불편하더라도 농촌 마을은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랑 살리기는 주민들의 협심을 통해 이뤄진다. 그간 도랑이나 밭두렁에 막 버렸던 쓰레기를 주민들이 다시 줍고, 쓰레기와 음식물 분리배출, 마을 청소 등에 힘을 모으는 일이다.

이에 대해 조 이장은 "길을 닦고 포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공동체가 돼야 한다"며 "도시화 이후 농촌도 갈수록 삭막해져만 가고, 세대 간 격차만 벌어지고 있다. 이제 이웃이 서로 정을 쌓고, 협동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조 이장이 사는 외감마을에는 도랑 살리기가 진행되면서 공동 창고, 풍물, 게이트볼장, 교육장, 헬스장 등 주민들이 함께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게 많다. 요컨대 도랑 살리기는 차츰차츰 마을 공동체 복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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