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셀프 세차장

애매한 날씨다. 비가 그쳤지만 다시 내릴 듯 말 듯, 하늘은 어둑어둑하다. 그래도 그냥 타고 다니기에는 차가 엉망이었던가 보다. 부부는 조심스럽게 셀프 세차장에 차를 주차한다. 주차는 차 한 대에 할당된 공간 가운데에 정확하게 해야 한다. 한쪽으로 쏠리면 좁은 공간에서 세차가 번거로워진다. 주유소에 있는 자동 세차 기계에 차를 넣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차가 너무 새것이다. 흠집이 날 수도 있다, 구석구석 닦이지 않는다 등 갖가지 이유로 새 차를 자동 세차 기계에 맡기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차를 남에게 맡기면 비용이 만만찮다. 그래서 셀프 세차장이다.

500원 동전을 주화 투입구에 넣는다. 기본요금이 1000원인 곳도 있고 2000원인 곳도 있다. 2~5분 정도 기본 시간이 제공된다. 시간이 더 필요하면 그때마다 500원을 넣으면 된다. 부부는 차 양 쪽에 마주 보고 섰다. 남편이 동전을 넣고 물이 뿜어나오는 분무기를 든다. 세찬 물줄기가 차에 묻은 흙과 먼지를 쓸어낸다. 앞범퍼에서 운전석 뒷좌석, 뒤범퍼로 자연스럽게 물을 쏘던 남편은 아내에게 분무기를 넘긴다. 아내도 남편 못지않게 익숙한 솜씨로 조수석이 있는 면을 물로 쓸어낸다.

   

다른 한쪽에서는 가족이 모두 나섰다. 부부와 딸, 가족 3명이 차 둘레에 섰다. 아빠는 분무기로 차 전체를 훑어내고 나서 딸에게 분무기를 넘긴다. 분무기는 방아쇠를 당기면 훨씬 센 물줄기를 뿜는다. 세차 분무기가 아니라 멋진 물총을 받은 꼬맹이는 기분 좋게 차를 향해 물을 뿜는다. 아빠는 세차를 맡긴 게 아니라 놀이를 허락한 셈이다. 장난감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강한 물줄기가 꼬맹이를 더욱 신나게 한다. 차에 부딪혔다가 되돌아오는 물방울은 아이에게 또 다른 재미다. 딸이 든 물총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점점 약해지자 엄마는 거품이 나오는 솔을 들고 차를 문지르기 시작한다.

부부가 한 면씩 맡았던 차는 이미 거품에 가득 덮였다. 구석구석 거품을 묻히자 남편이 동전을 다시 넣는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동전을 넣자 뭐가 잘못됐는지 분무기가 튀어오르며 물줄기를 사방으로 뿜어댄다. 남편은 당황해서 분무기를 쫓아가고 다른 칸에 있던 사람들은 잽싸게 칸막이 벽 쪽으로 몸을 숨긴다.

"뭐꼬!"

아내는 남편을 타박하고 남편은 머쓱하게 웃으며 가까스로 바닥에 뒹굴던 분무기를 쥔다. 차 지붕부터 앞뒤, 양옆으로 시원한 물줄기는 거품을 걷어낸다. 한결 말쑥해진 차를 남편은 진공청소기와 에어건이 있는 곳으로 몰고 간다. 이제 실내를 청소해야 한다.

   

그 옆에서는 아까부터 아저씨 한 명이 차 매트를 모두 꺼내 하나하나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있다. 동전 개수만큼 정확하게 추가되고 줄어드는 시간은 효율적인 작업을 주문한다. 경험은 시간도 줄이고 돈도 아끼게 한다. 도와주는 사람과 넣어야 할 동전도 반비례한다.

"○○엄마! 이리로 와봐!"

남편은 트렁크에서 꺼낸 깨끗한 걸레와 세정제를 들고 아내를 부른다. 다가온 아내에게 운전석 문을 가리키며 설명한다.

"여기 조그맣게 점처럼 묻어있는 부분 있잖아. 여기를 걸레로 문질러. 안 보일 때까지."

세정제와 걸레를 아내에게 넘긴 남편은 차 매트를 하나씩 꺼낸다.

거품을 걷어내는 작업에 들어간 가족도 어느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거품은 모두 씻어냈으나 아직 시간이 몇 초 남았나 보다. 아쉬워하는 딸에게 다시 분무기, 아니 물총을 맡긴다. 딸은 또 신나게 차에 물을 뿜는다.

"아! 비 오면 안 되는데…."

"어차피 너무 더러워서 세차 한 번 해야지 그렇게는 못 탄다. 3000원밖에 안 들었는데 뭐."

차에 묻은 물기를 마른걸레로 훔쳐내던 아내가 잘했다고 선언하자 남편은 안심한다. 딸은 더는 물이 나오지 않는 물총을 아쉽게 제자리에 꽂아놓는다.

차 매트 청소까지 마친 부부는 차 양 쪽에서 열심히 왁스 칠을 한다. 아무리 봐도 뽑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차인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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