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실천 사례를 발표하고 그것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학교 행사가 매년 개최되어왔다. 학교의 특색사업이라고 할 만큼 자랑할 만한, 멋진 행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행사의 업무담당자를 맡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척 어려움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뜻깊은 행사가 매년 개최되면서 본래 의미는 퇴색되고, 교사들이 의무적·형식적으로 원고를 쓰고 발표해야 하는 또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원고 모집부터 발표자 선정 과정이 힘들게 진행되었다. 자율적인 행사라는 취지는 어디로 갔느냐는, 행사 준비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기도 했다. 담당자로서 무척 힘들어하다가 결국은 교과별·학년별 대표 교사와 함께 협의회를 열었다. 행사의 존폐 문제까지 거론되었으나, 학교 구성원 전체와 논의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협의회를 마치고, 그동안 받아놓은 원고를 정리하고 다듬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해관계 속에서 내세우는 각자의 공고한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사실, 학생들에게는 규율을 내세워 통제와 질서를 강요하고 그 뒤에 얻어지는 게 진정한 자율이라고 믿고 있는 교사가 더 많다. 이를테면 자율학습은 '자율'적으로 하는 학습이 아니라, 학교 일정에 들어 있는 정규 '자율'학습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교사들 사이에서도 '강제'와 '자율'을 놓고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급급하다. '자율'적으로 원고를 쓰고 발표한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교지, 학교신문 등을 제작하면 교사의 글을 모집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방과후 수업에 선뜻 나서지 않는 '자율'을 내세운 입장들 때문에 정작 학생들의 선택권은 많이 줄어들고 있다.

소통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저마다 인정하면서, '자율'을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나는 '나눔'이 있어서 '채움'이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이번 행사도 '나눔'을 모토로 한다. 조금씩 양보하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율'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기말을 마무리하며 또 하나의 고민이 깊어진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신규 발령을 받고 학교현장에 들어왔을 때 열정은 많았으나 서툴렀던 것 같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였을 때는 어느 정도 학교 형편을 알게 되어서 망설임이 많아졌다.

   

그러나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사실, 그 '좋은'의 의미가 계속 변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긍정 부호'가 많이 붙어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볼 작정이다.

/심옥주(김해분성여고 교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