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개관 앞둔 창원역사민속관…곳곳에 준비 부족 드러내

통합 이전 창원시는 2007년부터 민속유물의 효율적인 보전과 문화 공간의 확보를 위해 '창원역사민속관'을 추진했다. 3년 뒤 공사를 시작해 지난 4월 준공한 창원역사민속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전체면적 3237㎡, 네 개의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수장고 등으로 구성됐고 총 95억 원이 들었다.

준공에 맞춰 특별기획전 '창원의 유적과 유물'전을 열 당시 창원시 관계자는 "민속관은 두 달 정도의 개관 준비와 시험운영 기간을 거쳐 6월 말 완전히 개관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창원시 문화예술과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공식 개관은 두 달 정도 미뤄졌으며 자문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창원역사민속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왜 역사민속관인가

통합되기 전 창원시는 성산패총과 '창원의 집' 같은 유물 전시관이 있었지만 이렇다 할 박물관이 없었다. 2008년 '창원 민속역사 전시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에 따르면 창원지역만의 진정한 역사와 문화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다소 부족한 실정이며, 지역의 변천과정과 전통문화, 역사, 생활상 등을 지역주민에게 알리고 후세에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나와 있다.

의창구 창이대로에 위치한 창원역사민속관과 창원마루./김민지 기자

당시에는 현 민속관을 '창원시립박물관' 또는 '창원박물관'으로 만들자는 여론도 있었지만 2010년 마산·진해와 행정통합을 이루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명시된 내용에 따르면, 박물관 또는 미술관은 소장자료, 시설규모 등에 따라 제1종 박물관(미술관), 제2종 박물관(미술관)으로 구분해 등록한다. 창원역사민속관은 제2종 박물관에 해당돼 자료가 60점 이상, 학예사 1명 이상, 82㎡ 이상의 전시실, 수장고 등의 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민속관은 문만 열어놓았을 뿐 준비된 게 없다. 자문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고 학예사도 육아휴직 중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창원역사민속관 설치 및 운영 조례가 지난 5월 통과돼 시간 여유가 없었다. 학예사 문제는 대신 기간제 근로자 두 명을 뽑은 상태다"라고 밝혔다.

'창원'역사민속관 맞나?

창원역사민속관 2층은 두 개의 민속관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1민속관은 창원의 민속과 무형문화재, 제2민속관은 농기구의 종류와 옷, 돌잔치, 환갑잔치 등으로 꾸며졌다. 전시실을 살펴보면 '창원'과 '유물' 사이의 스토리텔링 없이 단순히 민속품과 생활사 관련 자료들이 나열돼 있다.

한 역사학자는 이에 대해 "창원지역만의 특수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타이틀만 거창했지 전시내용은 평이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박물관 관계자는 "정체성이 모호할 정도로 민속관에 내용물이 없다. 전시공간과 함께, 유물을 직접적으로 관람객이 느낄 수 있는 체험공간이나 교육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는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박물관을 운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콘텐츠와 계획은 없이, 총 사업비 95억 중 대부분을 하드웨어 구축에만 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본 사실 오류 곳곳에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오류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학생들과 함께 역사민속관을 답사했던 모 고등학교 역사교사는 "마제석검과 마제석촉의 내용이 뒤바뀌었다. 고려시대 여몽연합군의 일본 원정과 관련한 대마도의 한자 표기도 잘못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과서에는 선사시대 유물 명칭이 한글로 표기돼 있는데 창원역사민속관은 대부분 한자어로 돼 있다. 학생들이 혼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한 관람객은 민속관 앞에 건립된 '창원마루'를 꼬집으며 "좁고 긴 직사각형 팔각지붕 누각은 본 적이 없다. 주춧돌을 통석이 아닌 8조각으로 붙인 것은 전통건축물에서 볼 수 없다"고 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누마루는 전통누각을 복원하는 차원이라기보다는 관람객을 위한 휴식공간이다"라고 해명했다.

과거 성산패총과 창원의 집도 건립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를 시정하지 않은 채 문을 열어 비판을 받았다. 유물 명칭과 역사성 설명 오류, 관리 소홀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두달 뒤 공식개관하는 창원역사민속관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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