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변선화(34)·신용운(34) 부부

"처음 만난 게 지난해 가을이었으니까…. 우리 빨리 결혼했지요. 그래도 남들보다 훨씬 자주 만나고 오래 얘기했고 특히 남편은 힘들게 결혼했을 거예요."

지난 3월 31일 결혼한 변선화(34) 씨가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화 씨와 남편 신용운(34) 씨는 동갑내기 부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첫 만남에서 용운 씨는 선화 씨를 동생인 줄 알고 만난다. 그것도 2살 어린 동생…. 선화 씨가 먼저 속이려 했던 것은 아니다.

"학원에 다녔는데 함께 공부하던 동생이 친해지면서 소개팅을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저에게 몇 살이냐고 묻기에 제가 32살이라고 슬쩍 한 살 깎았지요. 그런데 이 동생이 거기에 한 살 더 깎아서 31살로 소개팅을 주선한 것이죠.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이 초등학교 동창이더라고요."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조금 뒤의 일이다. 용운 씨는 그 학교에 5학년까지 다니고 전학을 갔고, 선화 씨는 5학년 때 전학을 왔기 때문에 서로는 잘 몰랐다. 대신 주변 친구들은 서로서로 다 얽혀서 아는 사이였다. 어쨌든 동갑이라는 사실을 선화 씨는 훨씬 일찍 밝혔다. 만나자마자 이제 결혼할 나이가 차고 어쩌고저쩌고하며 넋두리를 늘어놓는 용운 씨에게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잠시나마 오빠 동생일 뻔했던 이 부부는 그렇게 '갑짱'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제가 평소 꿈이 가정 형편 넉넉한 사람 만나서 내조 잘하면서 사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용운 씨는 그런 쪽에서 이상형은 아니었지요."

선화 씨는 용운 씨와 한동안 서로 맞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처럼 만났다. 심지어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자주 했다. 당연히 섭섭할 법도 했을 용운 씨는 그럴 때마다 선화 씨 마음을 잡으려고 작전(?)을 짜는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심지어 선화 씨가 '스펙'이 그럴듯한 사람과 소개팅을 할 계획을 밝혔을 때도 '마지막 여행'을 감행하는 승부수(?)를 던진다.

   
 

"여수에 여행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헤어지기 전에 그 정도는 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향일암에 가서 절도 하고, 50년만 같이 살자는 얘기도 하고, 남편이 50원짜리만 한가득 챙겨와서 향일암 벽에 50원짜리를 여러 군데 박았는데…. 지금은 가끔 거둬들이러 가자고 농담을 하기도 해요."

정성이 통했는지 선화 씨와 용운 씨는 매일 몇 시간씩 만나서 얘기를 나누며 연애를 시작했다. 사실상 그때부터 용운 씨에 대한 선화 씨 테스트(?)가 시작됐다.

"몇 시간씩 만나면서 계속 이야기를 했는데, 현실적으로 사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집은 어떻게 마련하고, 아이는 어떻게 키우고 같은 계획이지요. 남편에게 구체적인 시간 계획, 거기에 맞춘 경제적인 계획을 때때로 주문했지요."

그나마 마음 편하게 해주고 하는 주문이면 또 다를 것이다. 결혼 직전까지 살겠네, 못 살겠네 하면서 쏟아지는 주문을 용운 씨는 결과적으로 성실하게 수행했다. 오히려 자기계발을 많이 하고 미래 계획을 알차게 쏟아내는 선화 씨가 자기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용운 씨가 넘어야 할 벽은 선화 씨뿐만이 아니었다. 짧은 연애 기간과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근거로 선화 씨 언니는 거듭 이 결혼을 반대했다. 하지만, 선화 씨에게 언니가 있었다면, 용운 씨에게는 이종사촌 누나가 있었다. '마음에 들면 혼이 쏙 빠지게 매일 만나서 정신을 잃게 하고, 정신 차리면 바로 신혼집에 앉혀놓아야 한다'는 게 이종사촌 누나 조언이었고, 용운 씨는 착실하게 따랐다. 매일 이어지는 가혹한(?) 테스트에 굴하지 않고 결혼 준비는 차근차근 이어졌다.

"결혼을 일찍 할 생각은 없었는데 시댁에서 빨리 결혼하기를 원했어요. 그리고 윤달이다 보니 식장 정하기도 어려웠고, 남편도 사원 아파트가 빨리 당첨돼 혼인신고도 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급해졌지요."

까다로웠던 연애, 아니 시험과는 달리 결혼은 빨리 진행됐다. 달력에 줄을 그어가며 선화 씨 요구에 응했던 시간은 이제 조금씩 추억으로 밀리고 있다.

"막상 결혼하니 매사에 저를 위해 도와주고 잘 챙겨주는 남편이 고마워요. 동갑이라서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좋고요. 남편 아니었으면 40살 넘어서까지 결혼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결혼 직전까지 시달렸던 용운 씨에게는 안타깝게도 보복(?) 기회가 오지 않았다. 결혼하기 무섭게 선화 씨가 임신을 한 것이다. 결혼 전보다 더 살얼음판 같은 생활을 하면서 선화 씨 요구에 더욱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물론 선화 씨가 믿는 구석도 있다.

"제 팔자가 45살 이후에 돈이 끊기지 않는 팔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11년만 참겠다고 하면서 잘해줘요."

참고로 처음에 결혼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언니는 이제 선화 씨에게 가끔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제부가 너한테 사기당한 거 아니야?"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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