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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속살…수줍은 듯 혀에 '살살~'

[경남맛집] 마산합포구 상남동 '미진대복'

김민지 기자 kmj@idomin.com 2012년 05월 02일 수요일

혀에 착 감겼다. 얇은 생선 한 점이 혀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뭔 맛이지?' 맛을 느끼고 싶었지만 얇은 생선 한 점은 부끄러운 듯 금세 사라져버렸다. 다시 한 점을 들었다. 혀를 지나 이 사이로 부드럽게 씹히기 시작했다. 분명히 하얀 접시와 합체가 될 정도로 얇게 썰린 생선 한 점이었다. 그런데 쫄깃쫄깃하니 씹으면 씹을수록 살이 부풀어 올라 아랫니와 윗니 사이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통 뭔 맛인지 모르겠다.

고개를 갸우뚱하자 "폰즈 소스(유자 식초)에 곁들여 먹어봐요. 원래 복어회가 아무 맛이 안 나. 복어회 맛은 아는 사람만 알지"라고 한 남자가 조언을 한다. "네"라고 대답은 했건만 사실 폰즈 소스에 찍어 먹어도 모르겠다. "허허(웃음). 복어회 맛은 복어회 맛이지. 한두 번 먹어봐서 아나. 계속 먹다 보면 맛을 알게 돼요."복어 신출내기인 기자에게 다그치듯 계속 먹어보라고 권하는 정승일 미진대복 사장. 그는 65살로 1968년에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1989년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동 230-15번지에 복집을 차렸다. 복어회 맛은 아는 사람들이 알고, 아는 사람들만이 찾는다는 미진대복. 지인의 추천으로 그곳을 찾아갔다.

   
 
  아주 얇게 썰어 하얀 접시에 먹기 좋게 담긴 복어회. /김구연 기자  

"김용준 전 대법원장이 미진대복에 오면 다섯 번 놀란다고 했어요. 찾아오기 어려운 굽이진 골목길, 곧 꺼질 듯한 가로등과 덜컹거리는 하수구통, 저렴한 가격, 음식 맛, 친절 등이요."

정말 맞았다. '이런 곳에 맛집이 있을까? 가르쳐줘도 모르겠네!'라고 느낄 정도로 굽이진 곳에 있었다.

미진대복은 참복(자주복)만을 쓴다. 복어 맛은 참복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그런데 웬걸. 가격표를 보니 복어회가 3만 5000원이다. "장사가 돼요?"라고 묻자 정 사장은 허허 웃어넘긴다.

정 사장은 고성서 태어나 부산서 학교를 다녔다. 가난한 시절, 잠잘 곳이 필요했던 그에게 일식집은 잠도 잘 수 있고, 공짜로 요리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얼떨결에 시작했죠. 1960년대 마산서 제일 유명한 일식집이 이학초밥이었는데, 거기 사장 아들이 1971년 불종거리로 음식점을 옮겼어요. 거기서 일하다가 1979년 코아양과 뒤 미진초밥 사장이 됐죠. 그땐 참사람이 많았었는데…."

장사가 잘됐다. 종업원도 4명이나 됐다. 쉴 틈도 없이 복어를 손질하고 또 손질했다. 1970년대 조성됐던 마산자유무역지역 덕분에 일본인이 많이 왔고 특히 고위층 인사들이 즐겨 찾았다.

그들은 미진대복만의 맛과 친절, 가격을 잊지 못해 문턱이 닳도록 이 집을 들락날락했다. 손님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들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정 사장은 손사래를 치며 "접대 손님이 많았는데…. 그런 건 말하면 안 돼요"라고 말을 아낀다.

"지금은 저와 마누라, 아들이 해요. 예전에 요리사라 하면 못 배운 사람들이 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니잖아요. 몇십 년이 지나도 맛있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자부심을 느낍니다."

   
 
  아주 얇게 썰어 하얀 접시에 먹기 좋게 담긴 복어회./김구연 기자  

복어고시라고 불릴 만큼 복어요리 전문가를 찾기 어려운 요즘. 복어회 손질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살집이 가득 차 있는 참복 한 마리를 도마에 툭 하니 올리더니 순식간에 스르륵 껍질을 벗겨 낸다. 그러고는 날 선 칼로 칼이 미끄러지듯 복어침을 제거한다. "이 기술은 일식집서 최소 6년은 일해야 할 수 있어요. 아무나 못해. 침을 제거하기는커녕 껍질이 찢어지고 말지."

정 사장은 순간 알몸이 된 참복을 얇게 아주 얇게 썰어 하얀 접시에 담아냈다. 복어 횟살로 미나리와 복어 껍질을 싸서 폰즈에 찍어 천천히 음미했다. 분명히 처음 복어회를 먹었을 때는 투명한 맛이었다.

정 사장이 기자에게 다그치듯 계속 먹어보라고 권하는 이유를 알았다. 쌉쌀한 맛이 맛봉오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 맛이군요. 근데 말로 표현 못 하겠어요."

허허 웃는 정 사장. 그는 죽을 때까지 미진대복의 주방을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수십 년간 이곳(창동, 상남동)을 맴돌았어요. 다른 분들은 장사가 잘되는 창원으로 옮기라고 말하지만 참복이 나는 양도 한정돼 있고 이 값으로는 감당이 안 돼요. 전 이곳이 좋습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복어회 3만 5000원 △복튀김 1만 7000원 △복불고기 1만 7000원 △복매운탕 1만 7000원 △복 지리 1만 7000원 △복샤부샤부 1만 7000원

◇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동 230-15. 055-223-3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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