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긴병꽃풀 이야기

배추 밭의 메뚜기 몸놀림이 기진맥진한 걸 보니 겨울이 오긴 오는가 봅니다. 간밤에 무서리가 내리긴 했지만 아직 고춧대도 얼지 않았는데 절기는 벌써 소설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들판은 아직 푸르고 산기슭엔 아직 단풍 빛깔들이 늦가을 풍경입니다. 곳곳에 쑥부쟁이 꽃들이 보랏빛으로 피어 있고 노란 산국도 아직 무성하게 피었습니다. 참나무 이파리들도 노란빛 여전히 물기를 거두지 못하고 가을빛을 냅니다.

이제 어찌 된 일인지를 하늘에 물을 수 없다는 거 알면서도 어머니는 별일이라고 걱정스런 눈빛입니다. 벌써 몇 부대째 풋고추를 따온다며 날씨가 따뜻하니 고추가 자꾸 열리는 바람에 손을 멈출 수가 없다고 하시는데요. 아열대화 되어 간다는 지구온난화가 올 겨울엔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참 우려스러운 따뜻함입니다.

긴병꽃풀 /강원도청

이젠 아파트 공간에는 한겨울에도 모기향을 피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들판의 식물들도 언제쯤 한 해의 생을 갈무리해야 하는지 애매한 듯 사방에서 꽃을 피워댑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이처럼 나긋하게 다가오는데도 그 후엔 어떤 내일이 전개될지 걱정스러워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볕바른 물가에 가을 풀들이 무성합니다. 황새냉이·피막이·미나리……. 다시 물이 올라 꽃 피울 기세입니다. 낮은 언덕엔 개불알풀 무리들과 긴병꽃풀 무리들이 봄풀처럼 무성합니다. 뜯어다가 나물 무쳐 먹어도 될 만큼 부드러운데요. 긴병꽃풀은 사이사이 꽃까지 피었습니다. 아마 여름 내내 누군가 약재로 쓰기 위해 잘라 간 자리에 다시 솟기를 거듭해서 더 연한 순을 많이 낸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꿀풀과의 긴병꽃풀은 4~5월에 담자색 작은 꽃을 피우는데요. 예전엔 산지 초원에 무성하게 피어나는 잡풀이었지만, 요즘은 여러 병 증상에 좋은 약재로 알려져 사람들의 손에 남아나지를 않습니다. 요즘은 재배 농가도 늘고 있을 만큼 유용한 약초가 되었답니다. 동그란 잎이 동전을 닮았고 그 약효가 돈보다 귀하다 하여 '금전초·금전화'라 불리기도 하는 긴병꽃풀은 맛이 맵고 쓰며, 성질은 찹니다. 또, 그 꽃이 낮에 피었다 새벽에 시든다 하여 '오시화'라고도 부른다는 데요.

약효가 광범위하여 해독·항염증·진통·이뇨·진해·외상 등에도 두루 쓰여서 한방과 민간에서 아주 요긴한 약재입니다. 특히 몸 속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기능이 뛰어나고 가시나무 잎과 함께 달여 마시면 담석증에 큰 효과가 있고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문명병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준다하여 인기가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막이·쑥·뱀고사리 등과 함께 외상을 입었을 때 지혈제로도 씁니다. 더불어 뱀독·옴이나 습진 같은 피부 질병에도 즙을 내어 바르면 좋다고 외과용으로도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는 유용한 식물입니다.

옛날에는 주로 녹차나 거피가 차의 주종이었다면 요즘은 허브나 산야초 등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한 잔의 차를 마시면서도 정서적 여유와 건강을 함께 생각하는 시대를 누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긴병꽃풀 같은 좋은 산야초들로 만든 차를 즐기면서 자연과 더불어 건강한 겨울 누려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공동 대표)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