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의 관람 예절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때로는 성숙되지 못한 관람 예절로 인해 국제적 망신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 비해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공연장 관람 예절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아쉬운 점도 많다.

공연장을 가면 공연 시작 전에 장내 아나운서 멘트나 자막이 흘러나온다. 아주 친절하게 멘트와 자막을 동시에 해주는 곳도 많이 있다. 그 요지는 아주 간단하다. 휴대전화를 꺼두고 공연 도중 이웃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촬영은 사전 허가를 받은 사람 이외에는 금지한다는 내용도 항상 포함되는 내용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아직도 가끔 연주회장에서 중간 중간에 휴대전화 소리가 음악을 잘라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휴대전화 소리뿐만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전화 카메라의 불빛도 마찬가지다. 또 요즘 음악회 중에 볼 수 있는 진풍경 중의 하나가 태블릿PC의 등장이다. 음악회 전체에 집중하기보다는 태블릿을 보는 시간이 더 많다.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방해는 안될지언정 일반적으로 무대에 비해 관객석이 어두운점을 감안하면 그 불빛 또한 카메라나 휴대전화 카메라의 불빛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공연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아주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가 중간 박수소리이다. 일반적으로 음악에서 악장과 악장 사이는 연주자들의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박수를 치거나 잡담을 하는 건 금물이다. 사전 안내방송이 있었음에도 꼭 박수와 소란한 대화가 악장마다 번번이 이어진다. 그 다음 고질병인 헛기침도 문제인데 정말 억제하기 힘든 감기기침 소리는 거의 드물다. 대개 장소에 익숙하지 않아 나오는 긴장의 헛기침인데 참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종 음악회장에서 목격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한 연주자가 멋진 피날레를 연출하자마자 느닷없이 객석 한쪽에서 괴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온다. 감동에서 나오는 박수와는 거리가 먼 아우성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한쪽 객석이 웅성거리더니 한 무리의 관객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고 다른 한 무리가 들어온다. 이어진 공연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더니 마지막에 와서는 객석 반이 텅 비어 있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것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데서 예술계의 심각한 우려가 있다. 내 선생님, 내 동문, 내 식구 공연에만 '열광'하고 남의 공연은 안중에도 없으니 분별없는 사람들의 태도라고 넘기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 자기 식구만 인정하는 집단이기주의는 결국 패거리식 예술로 귀착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작곡가의 입장에서 볼 때 예술가에게 있어 무대는 그 예술가의 모든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연주회 및 기타 여러 공연으로서 자신이 준비한 작품 및 창작물들을 세상에 선보이는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예술적 고뇌는 물론 준비하는 동안의 노력에 대한 경의는 공연관람 예절에 앞서 예술가에 대한 기본 예의이다. 이것은 그 공연 질의 높고 낮고의 평가나 흥행성이 있고 없고는 다른 차원의 논의이다.

   
 

일반 관객들에게 관람예절과 공연장 질서를 바라기 이전에, 예술가들 스스로가 먼저 내 무대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무대도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무대에 대한 기본예의부터 가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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