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마련한 백혈병 현지양 돕기 콘서트 열려..운동장·무대 가득 채워 감동

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창원시 의창구 동읍공설운동장. 읍 단위 행사라고 무시하지 말라는 듯 제대로 설비를 갖춘 위풍당당한 무대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사회자는 볕을 피해 그늘에 있던 주민들을 무대 앞 의자로 불러모았다. 해가 질 무렵이었지만 열기는 여전했다. 주민들은 사회자 재촉에 못 이기는 듯 의자에 앉기 시작했다. 1000여 석이 앞에서부터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풍물패가 단체 북 공연으로 첫무대를 열었다. 모세포종양을 앓는 한 살배기 윤현지 양을 돕고자 마련한 '현지야 사랑해! 희망 콘서트'가 17일 그렇게 시작됐다.

백혈병 어린이 현지 양 돕기 콘서트가 17일 저녁 창원시 의창구 동읍 공설운동장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지역 학생들이 찾아와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구연 기자

이날 행사는 동창원신문이 주최하고 동읍주민자치센터가 주관했다. 바르게살기운동 동읍위원회, 동읍새마을협의회, 동읍청년회 회원을 비롯한 많은 주민이 행사를 거들었다. 단체 회원들은 무대 주변에 일일주점을 마련했고 이날 공연을 앞둔 동읍 출신 트로트 가수 석훈이 CD도 판매했다. 주점과 CD판매 수익금은 모두 현지 양에게 전해졌다.

최근수 동창원신문 사장은 "현지 양에게 힘을 주고자 뜻있는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았다"며 "행사 준비 과정이 어려웠던 만큼 좋은 성과를 만들어 현지 양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현지 양 아버지 윤태희(45) 씨는 무대로 나와 "행사를 준비한 동읍장과 동읍주민자치위원장, 동창원신문 그리고 동읍 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희망 콘서트는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진행됐다. 주민자치위원회 회원들이 중심이 된 풍물·민요 공연이 먼저 분위기를 띄웠다. 또 주민들이 구성한 7080 밴드 공연이 분위기를 이어가며 2부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김구연 기자

   
  /김구연 기자

해가 지자 무대 조명이 더욱 돋보이기 시작했다. 더위를 피했던 주민들도 무대 앞 의자에 앉기 시작하면서 1200석을 모두 메웠다. 무대 주변에서 구경한 주민까지 더하면 1500명 정도가 이날 공연을 함께했다.

기성 가수들이 등장하는 2부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은 들떴다. 동읍 출신 트로트 가수 최진아 씨가 2부 첫 무대를 열었고 트로트 가수 김상진 씨가 바로 뒤를 이었다. 김상진 씨는 대표곡 '고향이 좋아'를 비롯해 4곡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이어 트로트 가수 은보라 씨가 무대를 이어받았다. 가수들 공연이 이어지자 자리에 앉았던 주민 일부는 일어서서 춤을 추며 공연을 즐겼다. 은보라 씨 공연이 끝나자 지난 6월 단독 데뷔 콘서트를 열었던 신세대 트로트 가수 석훈이가 등장했다. 석훈이는 대표곡 '어서와'를 비롯해 7곡을 안정된 호흡과 풍부한 성량으로 부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무대는 색소폰 연주자 권종수 씨가 맡았다. 권종수 씨는 처음부터 무대 전체를 활용한 다양한 퍼포먼스와 애절한 색소폰 연주로 관객을 압도했다. 그리고 권종수 씨 공연 중 석훈이가 다시 합류하며 색다른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구연 기자

오후 6시 시작한 공연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날 주민들은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화려한 무대를 마음껏 즐겼다. 또 그 무대는 윤현지 양의 건강을 기원하는 주민들 뜻이 모여 더욱 넉넉했다.

행사를 주최한 동창원신문 관계자는 "신문사로 들어온 성금만 3000만 원 정도 된다"며 "주민자치센터 쪽으로 들어오는 성금까지 더하면 상당히 많은 액수를 모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양 아버지 윤태희 씨. /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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