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마삭줄

장마가 일찍 시작될 것이라는 예보가 무색하게도 산과 들은 가뭄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비가 올 듯 말 듯 찌푸린 날씨 속에서 습도는 높아가고 신록은 이른 더위에 지쳐갑니다. 한여름이 다 되어서야 장마가 기승을 부리는 건 아닐지 의심스런 마음으로 하늘을 봅니다. 아무튼 비가 오지 않는 덕분에 여름 꽃들이 곳곳에서 피어 화려한 풍경을 펼치는 산 숲에는 느림의 여유를 즐기며 걷는 사람들의 발길이 활기찹니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가꾸어 놓은 둘레길 코스들이 연일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합니다. 청량한 숲속의 싱그런 기운을 느끼며 건강을 돌보고 바쁜 삶 속에서 잃었던 여유를 찾는 모습들이 보기 좋기도 하지만 길을 내자고 울창한 수림을 훼손하는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도 합니다.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라 자연을 위한 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숲길을 걷다가 은은하게 풍겨오는 꽃향기에 정신을 빼앗기며 찾아든 음지 숲에서 협죽도과의 덩굴성 나무인 마삭줄 예쁜 꽃무리를 만났습니다. 온 숲을 꽃향기로 채울 듯 퍼져 나오는 꽃향기를 즐기며 바람개비 모양을 한 희고 예쁜 꽃을 주워 돌려 봅니다. 우리나라 남부 숲 그늘에서 잘 자라는 마삭줄은 관상용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약용으로 쓰기도 하고 어린잎은 차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좀마삭줄·털마삭줄·당마삭줄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꽃은 6월쯤에 향기 짙은 꽃을 가득 피웠다가 9월이 되면 가늘고 긴 꼬투리를 만들며 열매가 익어갑니다. 10월이 되면 꼬투리가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그 속에서 털이 달린 씨앗이 나와 홀씨처럼 날아서 번식한답니다. 한방에서는 줄기를 '낙석등'이라 하며 지혈·거풍·통락·류머티즘에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또 열매는 '낙석과'로 불리며 근육이나 뼈의 통증을 치료한다고 합니다. 줄기와 잎을 달여서 복용하면 되는데 그 성질은 차고 쓴맛을 낸다고 합니다. 특히 전초는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압을 강하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름 산 숲을 향기로 가득 채우다가 가을이 되면 예쁘게 단풍이 들지만 겨울이 돼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상록수랍니다. 그래서 관상용으로 더 사랑 받기도 하는데요. 그만큼 또 많은 사람들이 훼손하는 식물이기도 합니다.

요즘 숲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길섶에 자라는 예쁜 풀꽃들이나 약초들을 마구잡이로 캐간 흔적들을 자주 봅니다. 산야초 동호회나 약초를 캐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숲이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런 마음입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공동 대표)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