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연주자 아닌 음악 전문인력 양성으로

우리나라에서 음악관련 전문 종사자를 구분해보면, 크게 창작과 연주를 담당하는 인력과 음악교육을 담당하는 인력으로 나눌 수 있다.

오늘날에는 기획, 음악(예술) 행정, 비평, 학문, 방송·언론 분야의 음악 관련 종사자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런 음악관련 전문 종사자 중 작곡가나 연주자들은 음악관련 학과(작곡가, 성악과, 기악과, 피아노과 등)에서 배출되고, 음악교사는 음악교육과에서 배출된다.

국내에서 음악 전공자라면 대개 연주자나 창작자를 떠올리지만, 외국의 음악 교육 체계에서는 전문분야를 철저히 구분해 독자적인 교육체계와 내용을 갖추고 있다.

필자가 유학시절 경험한 독일 음악교육체계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작곡가, 연주자 및 음악교사 등 '음악 실기인력'은 음악원(Musik Hochschule)에서 양성된다. 반면 음악학 및 기타 음악관련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소위 '비실기 인력'은 종합대학(Universitat)의 음악학과(Musikwissenschaft)에서 배출된다. 물론 학교마다 차이는 있다. Universitat에서도 음악실기 전공학과가 있기도 하고, 음악원에 음악학과와 음악교육학과가 포함된 데도 있다.

또한, 연주자와 음악교사는 모두 졸업후 디플롬(Diplom)을 받는다(현재는 학위체계가 디플롬이 아닌 학사와 석사 체계로 바뀌고 있음). 음악 교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음악원과는 달리 대학의 음악학과에서는 주로 음악에 전반적인 깊이 있는 지식을 가르친다.

대개 이들 음악학과는 철학학부나 예술학부 등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일반학과와 같은 교양과목을 이수해야만 한다. 그래서 음악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이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부분 비평가, 저널리스트, 음악서적 출판사, 방송 및 문화관계 연구원, 도서관 관리, 음반사의 학술적 혹은 실무적인 업무 등을 맡아서 활동한다.

이렇게 사회에서 필요한 인력이 균형 있고 적절하게 양성되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의 음악교육은 어떠한가? 외형적 대학교육의 교육체계와 목표, 졸업 후의 진로들을 살펴보면 별문제가 없는듯하다. 하지만, 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대학 음악교육은 연주자들만 대책 없이 길러 놓은 채, 대량의 연주 실업자만 양산해 놓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 음악교육교사를 양성하는 과정도 연주자를 양성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고, 단지 교직과목만 이수하면 되게 되어 있다. 게다가 사회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비실기 음악 전문 인력에 대해서는 아직 체계적인 양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조건이라면 연주자든, 작곡가든, 음악교사든, 음악학자든, 음악행정가든 자기 영역의 깊이 있는 지식을 토대로 한 전문가로 양성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전 세계는 이미 전문화, 국제화라는 질서 속에서 살아남고자 무엇보다도 양질의 인력 양성 문제를 중요하게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현재의 대학 내 음악교육은 전문 연주자 생산이라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음악관련 전문 인력 양성이 우선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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