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갯벌이 수행하는 하수처리 능력 놀라워

사천시가 지역 경제 활성화 촉진이라는 미명으로 추진했던 송포산업단지(공유수면 매립) 조성과, 송포동과 노룡동 앞 공유수면 189만1700㎡를 2012~2016년 사업비 2900억 원을 들여 매립해 해수담수화 사업, 해조류 바이오산업, 수리조선업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은 지난해 11월 19일 '제3차 공유수면 매립 계획 평가 결과 설명회'를 주관한 국토해양부 타당성 평가에서 탈락했다.

2006년부터 곤양면 대진리와 서포면 조도리 연안의 광포만 287만6000㎡(87만여 평)를 매립해 지방 산업단지로 조성해 기계화 정비제조업체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입주 기업을 찾지 못해 지난해 국토부에 매립 신청도 못했다.

대포 마을 앞 갯벌. 끝자락에서 철새들이 쉬고 있다. /김향진

결국 광포산업단지·송포산업단지 조성 계획은 그동안 사업 추진을 하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혈세만 사장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여기가 끝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24일 사천시 관계자는 '공단 조성 사업자의 의지가 확고해 다시 한 번 도전할 계획'이라며 송포만 매립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현재로서는 송포·광포만 연안 매립이 백지화됐다. 하지만 일시적일 뿐, 사천시는 계속 매립할 업체를 찾고 있다.

송포·광포만이 갖고 있는 환경적인 중요성은 완전 배제된 채, 단지 자본 시장에 근거한 업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때고 매립할 업체가 있다면 두 손 두 발 들고 환영할 준비를 지금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송포만, 광포만은 갯벌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정할 가치도 충분하다.

송포만에는 잘피 군락이 넓게 조성돼 있어, 물고기가 여기 산란을 하면 어린 물고기(치어)들을 보호했다가 바다로 내보낸다.

광포만 갯잔디 위에 놓여 있는 재첩잡이 도구들. 이렇듯 갯벌은 인간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김향진

이 곳을 막아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광합성으로 바다를 정화하고 어린물고기들에게 보금자리가 돼 주는 잘피는 사라지고 말 것이며, 물고기는 새로운 산란처를 찾아 떠날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잘피를 일부러 바다에 심는다고 한다. 그리고 갯벌 가치를 수치로 환산한 예가 있다. 일본 미가와만에 있는 갯벌은 63ha 면적에 1989년 약 1200톤(2.6억 엔어치)의 조개가 생산됐는데 갯벌 조성비는 약 5.3억 엔이 들었다.

또 이 갯벌이 수행하는 하수 처리 능력에 걸맞은 시설을 건설한다면 약 77.9억 엔이 든다고도 했다. 갯벌은 하수 처리 효과뿐 아니라 조개 생산이라는 부차적 이익도 내놓는다.

일본은 과거 경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오염돼 죽어가는 갯벌을 되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면, 우리는 있는 갯벌도 없애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생물종 다양성이 그대로 숨쉬는 송포만으로 봄과 겨울에 철새들이 날아와 중간 기착지로 제 구실을 잘하고 있다.

1급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백로·두루미·매·청다리도요사촌, 2급인 독수리·검은머리갈매기·알락꼬리마도요·흰목물떼새 등도 때가 되면 날아와 쉬었다 간다.

해송이 드리워져 있는 광포만은 곤양천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으로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과 2급 대추귀고둥·긴꼬리투구새우·갯게가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 또한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백로가 오고 작년 봄에는 검은머리갈매기 100여 마리가 게들을 찾아 이곳을 누비고 다녔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세계적으로 1만여 마리밖에 없으며, 특정 멸종위기종 전체 개체수의 0.1%가 서식하면 보호 가치가 인정돼 람사르 습지로 등록할 수 있다.

대부분 인간 문명은 강 하구나 갯벌 주변에서 시작됐는데, 누구나 먹을거리를 가까이서 쉽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갯벌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보호하는 속에서 인간도 함께 공존할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이 자행되면서 산이며 들이며 여기저기 붉은 생채기만 남기고 파헤쳐진 곳이 한두 군데인가? 가까운 예로 사천읍 산48-1번지 일원 20만8710㎡를 개발해 운송장비 제조업 등을 유치하려는 계획으로 2009년 11월 공사에 들어갔던 구암일반산단이 있다. 당초 조선기자재 업체와 전자부품 조립업체가 들어선다던 계획은 2010년 바뀌었고, 창원 소재 사업시행자 (주)드림에이스테크는 올 2월15일 부도를 맞았다.

이 때문에 구암산단 조성 공사는 중단돼 있으며, 4월 중순 공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지만, 최근 몇 년 공단 조성 또는 공장 설립 허가는 크게 늘어났으나 준공까지 이른 것은 별로 없다는 사실에서 심히 염려스럽다.

송포만을 끼고 있는 '사천 실안 노을길'이 경남의 걷고 싶은길 25선에서 여섯 번째로 소개되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상을 차지한 삼천포대교~초양대교~늑도대교를 걸을 수 있는 해안도보길로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환경이 미래의 핵심 국가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연안을 친환경적으로 보전하고 그 가치를 높여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에 발맞춰 2011년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제10차 총회가 10월 10~21일 경남 창원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기도 한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 탁상공론이 아니라 발품을 팔아서 사천을 돌아보시기를. 송포만과 광포만 매립은 완전 백지화되고 더불어 여기를 갯벌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함을 잘 알게 될 것이다.

/김향진(사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