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말고도 살고 있네요] 산개구리의 주적

엄마를 따라 외가에도 곧잘 따라갔던 어린 시절. 설날이면 합천 산골 외가에 모인 외삼촌들은 개구리잡이를 했다. 내 키만큼 큰 쇠 지렛대와 플라스틱 통을 들고 근처 계곡에서 큰 돌들을 지렛대로 뒤집고, 밟고, 흔들었다. 추워 잘 움직이지 못하는 뻘건 개구리들이 떠오르고, 도망쳤다. 한 통 가득 잡은 개구리들을 손질해서 석쇠에 구워 먹었다. 그때 나는 징그러워 먹지 못했다.

겨울철 보양식 산개구리. 한데 어르신들 말씀으로는 요즘 계곡에는 산개구리가 드물단다. 유명 축구선수가 키가 안 커 개구리 주스를 먹었는데 키가 15cm나 컸다는 기사 덕에 산개구리가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한다. 땅꾼들도 잘 팔리는 산개구리를 가리지 않고 잡는단다.

눈 뒤에만 검정색이 있는 산개구리. 계곡 산개구리와는 달리 한국산개구리의 눈 앞뒤로 검은 선이 있다. /박대현

정말 산개구리들이 씨가 말랐나? 며칠 전 추운 날씨가 조금 풀려 창원시 진동면의 한적한 계곡을 찾았다. 한 시간 정도 찾았을까? 빙고! 어렵게 엄지손가락만한 산개구리를 찾았다. 전체적으로 갈색에 눈 앞뒤로 검은 줄이 있어 쉽게 동정(同定)할 수 있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한국산개구리다. 정말 반갑다. 두어 시간 동안 마주친 녀석들은 기껏 한국산개구리 2마리. 내가 못 찾은 것인지 누군가 한번 잡아간 것인지 모르지만 사진 촬영을 하고 '꽁꽁 잘 숨어 있어라.' 당부하고 계곡을 내려왔다.

산개구리들은 '먹는 자 처벌 대상 야생동물', '포획 금지 야생동물'이다. 불법으로 잡은 사람뿐만 아니라 먹은 사람도 1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 처벌을 받는다니 절대 먹어서는 안 되겠다. 하지만, 우습게도 '인공증식을 위한포획허가대상야생동물'이기도 하다. 야생의 산개구리를 먹는 것은 불법인데 인공 증식된 산개구리를 먹는 것은 괜찮다는 말이다.

물 속에서 동면을 하고 있는 한국산개구리. /박대현

사실 곰, 표범, 호랑이, 여우의 결정적 멸종 원인은 옆집 아저씨들 때문이다. 너무 먹는 것 두고 그러면 야박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산개구리를 판매하는 개구리 농장이 제법 있다. 대부분 개구리를 잘 키워서 판매하겠지만, 기본적인 구색만 맞춰 인공증식을 위한 포획 허가만 받아 놓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포획하여 판매하는 곳이 많다고 하니 걱정이다. 이는 명백히 불법이다.

   
 

실제로 산개구리를 포함한 야생동물 포획 단속이 어려워서 법적으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먹는 산개구리가 우리나라의 마지막 산개구리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옆집 아저씨들이 많아져야 경칩 때 산개구리들의 힘찬 울음소리도 자손대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박대현(창원 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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