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연주회 스케줄이 있을 때면 항상 기분이 좋다. 내 작품이 연주되는 연주회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작곡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연주회장은 항상 부담 없다. 그곳은 동료와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수많은 연주회가 있었고 그곳을 통해 나는 수많은 음악과 같이했으며 또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었다. 나에게 있어 연주회장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곳이다.
올 한해는 우리 지역에서 세계적인 교향악단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소극장 오페라부터 시작해 창작오페라 대장경까지 다양한 형태의 오페라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시립교향악단이 연주회장이 아닌 시민들의 생활공간으로 직접 찾아가는 음악회도 이전에 비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외에도 합포만현대음악제, 경남의 노래 등 창작음악회가 성황리에 이루어졌다는 점도 지역음악인으로서 참으로 고무적인 일인 듯하다.
그런데 한해를 뒤돌아보고 새해를 계획하는 이때 크게 아쉬운 점은, 그렇게 많은 음악회가 있었음에도 감동의 순간은 어느 해보다 적었다는 것이다.
오직 나만의 기분일까? 어느 때부터인가 음악회장을 들어서는 순간 관객 즉 청자가 아닌 평가자가 되어 음악회에 임했다. 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음악회장을 나서면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대동소이하다. 분명히 음악회가 끝나고 누군가가 불어올 질문들을 나름대로 준비하고 그에 대한 답변들을 정리하다 보면 음악의 본질인 아름다움에 몰입하기보다는 기능위주의 부차적인 부분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하다 음악회는 끝나버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인듯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난 12월 15일 창원 3·15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바리톤 김성중 선생님의 독창회 '우리 가곡의 밤'에서 큰 감동과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에게 지휘자로 더 많이 알려진 김성중 선생님은 92년 경남오페라단의 창단 오페라에서 제르몽역으로 출연하셨을 때 나와 첫 인연을 맺었으니 나와는 벌써 근 20년 가까이 알고 지내는 분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음악수업 40년이시란다. 그리고 이제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우리 가곡으로 노래하고 계시다. 너무 가까이 있어 잘 알지 못했던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게 하는 연주회였던 것 같다.
/전욱용(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