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판을 가져오시면 피자를 무료로 드립니다."
이코노피자 입구에 적혀있는 문구다. 이곳은 30년 전만 해도 음악다방이었던 곳이다. 최광열 씨는 젊은 날 레코드가게 주인이었다. 이어 부산에서 250석이 넘는 음악다방을 운영했다.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40년간 모은 6000여 장의 LP판만 들고 30년 전 진해에 터를 잡아 '사랑과 신사'라는 음악다방을 열었다. 음악다방이 기울어질 때쯤 피자집으로 전환해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름은 피자집으로 바뀌었지만 30년 전처럼 음악은 흐른다.
17살 때 비틀스의 음악을 듣고 노래에 빠진 최씨.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음악부터 튼다. 그리고 잠이 들 때도 음악을 듣는다.
매장에 와서 직접 사가는 손님도, 아는 사람들은 피자가 완성되길 기다리며 원하는 노래를 들려달라고 한다고.
가장 아끼는 LP판은 Heintje의 독일민요. 이 판엔 윤형주가 부른 '저 별은 나의 별', 조영남의 '제비'의 원곡이 담겨있었다.
"부산에서 음악다방을 할 때 같이 있던 DJ가 미국에 살면서 귀한 레코드판을 택배로 보내오곤 하죠. 'LP를 가져오면 피자를 드린다'는 문구를 넣은 건 제 평생 삶이 음악과 함께 했기 때문이지,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기억에 남는 이가 있다. 해군 대위였던 한 남자가 LP판 25장을 들고 찾은 적이 있다.
"대위는 소중해서 아껴두었던 것인데 이곳에 오면 더 빛이 날 것 같다며 LP판을 놓고 갔어요. 피자를 드리겠다고 하니 극구 사양하더군요. 자신의 LP판을 잘 보관해주면 더할 나위 없다면서요."
최씨는 '서른 즈음에', '비와 당신 사이' 등 기자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선곡해 틀어주었다.
"조용히 음악을 듣고 싶다면, 혹은 듣고 싶은데 그 음반을 찾을 수가 없다면 저한테 오세요. 여긴 가요부터 팝까지 없는 게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