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차 조종하는 15년 고물 베테랑' 윤재진 경남리싸이클링 대표
"고물 줍는 어르신도 소중한 손님, 어려운 이도 생각하며 살아야"

얼핏 보면 굴착기처럼 생긴 중장비다. 하지만 암(arm) 끝에는 버킷(bucket) 대신 굵은 집게가 달렸다. 6개 갈고리가 원을 만들어 물건을 집는 구조다. 동전 넣고 인형을 뽑는 기계에 달린 그 집게를 떠올리면 되겠다. 이 장비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있는 경남리싸이클링에서 볼 수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 장비를 그냥 '집게차'라고 부른다.

경남리싸이클링은 분리수거 전문 업체다. 재활용센터인데 쉽게 말하자면 규모가 큰 고물상이다. 넓은 작업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장비는 바로 집게차다. 제멋대로 쌓인 물건을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옮기는 거대한 손은 상당한 작업량을 수월하게 처리한다.

"저 차 이름요? 하이카요, 하이카."

   
 

자동차보험 브랜드가 아니라 중장비 이름이다. 집게차 본명을 가르쳐준 이에게 운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자신을 가리킨다. 윤재진(48) 경남리싸이클링 대표다. 그를 추석 직전에 만났다.

"직원이 7명인데 저와 소장만 운전할 줄 알아요."

작업 반경은 9m이며 최대 2.5t까지 들 수 있다. 하이카를 보유한 재활용센터라면 상당히 규모가 크다고 보면 된다. 일단 하이카가 움직일 만한 작업장 면적이 돼야 하고 주변에 전선처럼 걸리는 게 없어야 한다. 하이카를 쓸 정도라면 당연히 작업량도 그만큼 많다. 하이카 기사 수입은 월 200만 원을 조금 웃돈다고 한다.

윤재진 대표가 고물을 다룬 것은 15년 전이다. 지금 자리에서 일을 벌인 지는 2년 좀 더 됐다. 윤 대표는 앞으로 1~2년 정도 유지하면 완전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회에서 막바지에 몰린 사람들이 하는 일이지요. 저도 기술 없고 할 일 없어 시작한 일이에요. 그것도 15년 정도 하니 어느덧 전문가가 됐네요."

물건을 들고 오는 곳은 많다. 학교, 아파트, 공장 같은 곳에서는 한 번에 몇 t씩 짐을 갖고 온다. 또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고물을 줍는 어르신들 역시 소중한 손님이다.

"직원을 채용하면 먼저 고물 줍는 어르신들께 잘하라는 교육부터 시켜요. 고물 줍는다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있는데 몇 번 경고해도 안 고치면 일 못하게 해요. 하루에 몇십 킬로미터씩 걸으며 일하고 어렵게 생활하는 분들인데 사정 아는 우리가 잘해드려야지요."

윤재진 대표에게는 교사인 아내와 1남 1녀가 있다. 아들은 군대에 있고 딸은 서울에서 대학에 다닌다.

"아침 일찍 나와서 온종일 바쁜 일이라 가족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요. 애들은 아내가 다 키웠지요. 가족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경남리싸이클링이 다루는 고물 품목은 폐지·철·비철 등 40여 가지다. 폐지는 압축해서 제지공장에 납품하고 철·비철은 위탁하거나 직접 필요한 업체에 전한다. 이윤을 많이 남기는 장사가 아니라 싸게 많이 파는 수밖에 없다.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버는 만큼 어려운 사람 생각도 해야겠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려운 이웃을 보면 힘닿는 대로 도와드리려고 하지요."

버릴 물건이 없는 것처럼 외면받는 사람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밖에서 고물을 넘긴 아저씨 한 명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중량을 확인한 윤 대표는 값을 매기고 계산대에서 돈을 꺼내 준다. 그리고 돌아서는 아저씨를 불러 세워 작은 사무실 구석에 쌓아놓은 상자 가운데 한 개를 아저씨에게 쥐여준다.

"명절이잖아요. 작은 거 하나 준비했어요. 항상 고마워요."

윤 대표가 머쓱하게 내민 상자를 아저씨는 그만큼 머쓱한 표정으로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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