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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래한 초콜릿? 아니 막걸리!

창녕탁주양조장 '화왕산 쌀 막걸리'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0년 06월 01일 화요일

창녕탁주양조장 임봉섭(59) 대표는 2000년 창녕읍에 있는 지금의 양조장을 넘겨받았다. 막걸리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이 지나고, 일이 거의 다 죽어버렸을 즈음이었다. 원래 주주 9명이 함께했으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혼자서 양조장 살림을 챙기고 있다.

창녕 양조장들의 지난날을 돌아보자면,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면(面), 작게는 이(里) 단위 마을까지 양조장이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주인도 바뀌고 차츰차츰 통합됐다. "길곡, 남지, 부곡 등 아직 여섯 군데가 남아 있어요." 명맥 유지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건 안타깝다. 임 대표도 한때 창녕군 이방면에 있는 이방양조장을 동시에 꾸려왔다. 1990년부터 운영해왔던 이방양조장은 문을 닫아 놓고, 현재 읍내 양조장만 돌보는 상황이다.

   
 
   숙성실 안을 18~19℃로 맞춰 보름 정도 술을 안쳐 놓는다. 이후 이틀 정도 냉장 보관되고 거르게 된다. /이동욱 기자  
 
막걸리에는 화왕산 이름을 붙였다. 100% 쌀만 쓴다는 점을 내세운다. 전국에 쌀만 써서 술을 담그는 양조장이 흔치 않아서다. 고두밥을 짓고 누룩을 띄워 빚는 방식이다.

"스테인리스 통을 쓰면 일이 수월해지긴 하죠." 손이 많이 가서 일도 까다롭지만, 술 맛이 더욱 좋아지기에 독을 버리지 않았다. "이 독 하나에 쌀이 100㎏ 들어갑니다. 그만큼 쌀을 많이 소비하죠."

◇막걸리는 이롭다 = 혼자 양조장을 꾸려가는 건 막걸리의 이로운 점을 잘 알고도 있어서다. 도토리묵, 메밀묵, 파전, 두부김치. 막걸리 하면 떠오르는 채소 안주들이다. 임 대표는 다소 잘못된 음식 문화라고 지적했다.

막걸리가 회나 고기와도 잘 어울린다는 거다. "막걸리에는 섬유질 등 소화 효소가 풍부하지요. 음식 분해를 도우며 소화력을 끌어올립니다."

막걸리의 단백질 성분이 간을 보호해준다. 간의 알코올 분해 기능도 돕는 셈이다. 막걸리 젖산이 살균도 한다. 가물치회를 칠 때 껍질을 벗기고 막걸리에 빠는 이유다. 살균과 더불어 오돌오돌 담백한 맛도 좋아진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창녕군과 축협이 브랜드로 내놓은 인동초 한우도 막걸리와 궁합이 맞겠다.

막걸리는 세척력도 좋다. 잘 안 빠지는 때도 빼준다. 아미노산이 피부 보호를 해준다. 겨울철 아무리 차가운 막걸리를 만져도 손이 트거나 갈라지진 않는다.

   
 
 
사람한테만 이로운 게 아니다. 딸기, 수박, 오이 등 하우스 재배 작물이 자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시들지 않게, 뿌리를 튼실하게 하면서 당도를 높인다. 창녕탁주양조장에는 경북 고령군 우곡면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이들이 이따금 막걸리를 많은 양 받아간단다.

시든 나무에도, 나무를 옮길 때도 막걸리를 뿌려준다. 요즘 친환경 농산물이 자라는 데 막걸리는 꼭 퇴비로 쓰인다.

◇막걸리 정책은 해롭다 = 소위 우리 쌀 막걸리가 대세라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자금 형편이 나은 곳, 주로 대형 양조장들만이 우리 쌀을 쓸 수 있다는 데 있다. 우리 햅쌀을 쓰고 싶어도 생산 원가와 판매 가격을 따지면 영세 양조장에겐 무리함이 따른다. 막걸리가 값싼 술이라는 인식도 문제이지만, 쌀 공급·소비 정책 변화없이는 우리 쌀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임 대표는 말했다.

농민이나 쌀을 사들이는 사람 모두 만족할 쌀값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쌀 정책이 변하지 않는데, 우리 쌀로 담근 막걸리를 마시자고 권하는 건 '돈 있는 양조장만 살아남아라'는 뜻의 궤변이진 않을까.

진정 막걸리 맛을 아는 이들은 대체로 '그 동네에서 빚은 술'을 맛보려 한다. 막걸리도 다양성이다. 막걸리 정책의 틀이 자본이 아니라 동네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는 까닭이다.

   
 
 
아울러 '말통 막걸리' 판매가 청결을 문제 삼아 묶여 있다. 임 대표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통을 깨끗하게 쓸 수 있고, 생산지 표시를 하면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정책이 되레 쌀 소비에는 역행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역 영세 양조장들이 말통으로 도시까지 판매 못 하게 하려는 영업 논리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쌉싸래하면서 달콤한 맛 =
우리 쌀을 써서 농촌도 살리고, 창녕 양파나 마늘도 쓴 막걸리를 만들었으면 하는 게 임 대표의 바람이다. 창녕읍을 중심으로 유통되지만, 손님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오는 관광객들이다.

"농번기에도 소주를 먹고 정작 도움이 안 돼요. 참으로 빵이나 자장면,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습니까."

농촌 사람들이 소비를 거의 안 하는 게 심각한 문제다. 막걸리를 저급한 술 또는 가난의 상징으로만 여기는 탓이다.

숙성실 안을 18~19℃로 맞춰 보름 정도 술을 안쳐 놓는다. 이후 이틀 정도 냉장 보관되고 거르게 된다. 화왕산 쌀 막걸리를 한 모금 마셨다. 쌉싸래하면서 달콤한 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잡내 없이 그 맛이 입속에서 오래 남는 듯했다. 찹쌀로 빚은 화왕산 동동주는 그보단 맑은 기운을 뿜는다. 쌀알이 둥둥 떠 있는데, 목 넘김이나 맛이 조금 더 연하고 부드러웠다. 택배로 주문할 수 있다. 화왕산 쌀 막걸리(0.75ℓ) 800원, 화왕산 동동주(1.75ℓ) 2000원. 창녕군 창녕읍 술정리 144-10번지. 055-533-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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