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남강 물 부산공급계획 수정안 논란
강변여과수·상부댐으로 하루 107만 t 확보 못해

이명박 정부의 남강댐 수위상승을 통한 남강물 부산공급계획이 온갖 수단과 방법이 동원된 가운데 불법·밀실 추진돼 온 정황과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토부의 KDI 남강댐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 개입 의혹, 한국수자원공사의 남강댐사업 본 타당성조사 용역조사 불법 발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토부가 '남강물 경남지역 우선 공급'이란 명분을 쌓으면서 도민을 이간질하려고 창원·마산 등 지자체들에 남강물 사용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남강물 부산공급 사태가 지리산댐 건설 문제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서부경남 반발과 각종 불법 논란으로 곤욕스런 처지로 내몰린 국토부가 마침내 서부경남 총궐기대회를 며칠 앞둔 지난 13일, 애초 김태호 지사가 남강댐 수위상승 대안으로 제기해 온 것과 같은 지리산댐 건설 방안 등을 포함한 수정안을 적극 검토·추진할 방침임을 경남도에 일방 통보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함양군 마천면과 남원시 산내면 주민들이 지리산댐 건설 계획 백지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한 뒤 거리행진을 했다. /경남도민일보 DB
국토부의 수정안은 1단계로 '수위상승 없이 현 남강댐 여유수량과 강변여과수를 부산 등지에 우선 공급'하고, 2단계로 '상부댐(지리산댐) 건설을 통해 수자원을 추가 확보'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남강댐 수위상승 계획'이 우선은 빠졌다는 점에서 국토부의 수정안 일면 긍정적인 측면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국토부의 수정안은 여러 가지 노림수가 깃든 꼼수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스럽긴 매 한 가지다.

왜 그런가. 국토부가 제시한 남강댐 여유량과 강변여과수 개발, 지리산댐 건설 방안으로는 남강물 부산공급에 필요한 하루 107만 톤 물 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먼저 남강댐 여유량이 문제다. 남강댐은 여유수량이 별로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갈수기 땐 남강댐 저수량이 취수하한선 가까이 내려가 되레 서부경남 물 부족 사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기 일쑤다.

강변여과수 개발은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실제 개발 가능한 지역 또한 극히 제한적이어서 대규모 수량 확보방안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학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대규모 수량 확보를 위한 현실적 방안은 기존 댐을 활용하거나 신규댐을 새로 건설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김태호 지사와 국토부가 언급한 지리산댐 건설은 남강물 부산공급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보완 고시된 낙동강유역종합치수계획이 이를 증명한다. 이 치수계획에 따르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함양 문정의 지리산댐은 총 저수량 약 1억 톤 규모로, 하루 약 18만 톤 수량밖에 확보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부산물공급에 필요한 하루 107만 톤의 채 20%도 되지 않는 양이다. 그나마 지리산댐이 건설되면 기득수리권 보장 차원에서 해당지역인 함양, 산청 등지에 용수를 우선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부산으로 끌어갈 수량은 그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그 정도 규모의 신규댐 최소 3~4개를 지리산 곳곳에 주렁주렁 건설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요컨대 국토부의 수정안은 우선 급한 불인 남강댐 수위상승 반발여론을 잠재우고, 남강물 부산공급계획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서, 서부경남 여론이 수그러들 때를 기다려 차제에 남강댐 수위상승으로 이어가려는 노림수요, 꼼수일 가능성이 크다. 남강댐 수위상승을 일차적인 목표로 한 국토해양부의 조삼모사 전략이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나 한국수자원공사의 주장과 달리 남강댐 수위상승으로 추가 확보 가능한 수량은 불과 43만 톤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008년 환경부 조사)

따라서 이를 모릴 리 없는 정부가 애초부터 지리산댐까지 염두에 두고 남강댐 수위상승계획부터 추진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지리산댐은 지난 2000년까지 여러 차례 시도했다 환경단체와 지역주민 등 전국적인 반대운동으로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에 바로 건드리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남강댐의 수위상승 없이 부산물공급방안을 세운 가운데 상부댐(지리산댐) 건설을 통한 수자원 확보도 계획 중이다. 사진은 지리산 댐 건설 예정지. /경남도민일보 DB
문제는 지금까지 보고된 정부 공식 자료만 놓고 보면 남강댐 수위상승(43만 톤/일), 지리산댐(18만 톤/일)에다 그 수량이 얼마 안 될 것으로 보이는 강변여과수(?)를 합쳐도 107만 톤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리산에 실제 댐을 여럿 짓거나, 함양 문정의 지리산댐 크기를 현저히 키워 건설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형 조건, 지역반발 등을 고려하면 이도 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현실적 대안은 어디 있는 것일까. 모르긴 해도 정부는 합천댐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볼 수 있다. 실제 합천댐은 불과 몇 년 전까지 부산시가 대체식수원으로 쓰려고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진행했었던 곳이다. 하지만,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현실화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강댐 수위상승(43만 톤), 지리산댐(18만 톤)에다 합천댐(50만 톤)까지 고려한다면 산술적으로는 정부 계획상의 하루 107만 톤 부산 식수원 확보가 가능해질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짐작이 현실화된다면 부산 물 공급 문제는 서부경남뿐만 아니라 동부경남으로까지 번지면서 경남 전역을 소용돌이치게 할 수도 있다.

혹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미리 알고 손쉬울 것으로 짐작된 남강댐사업부터 강행하려던 것은 아닐까. 아니길 바라지만 왠지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환문(남강댐 서부경남대책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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